[홍콩 24시] ‘분리수거 후진국’ 오명 벗나
2017-11-09 11:28
2019년 쓰레기 종량제 전면 시행
시범운영 결과 배출량 24% 감소
시범운영 결과 배출량 24% 감소
홍콩 환경보호서(環境保護署, 한국 환경부에 해당)가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 매립지를 이용하는 가정과 기업들은 앞으로 9종류의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
종량제는 12~18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빠르면 2019년 2분기에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앞선 4월 발표된 종량제 시행 초안에는 가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에 대해서만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게 하고 기업 및 상업시설에는 중량에 따른 매립료를 부과하는 이른바 ‘투트랙’ 안이 고려됐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매립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고려해 가정과 기업이 일괄적으로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가구 등 큰 부피로 인해 종량제 봉투를 쓸 수 없는 쓰레기에는 매립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홍콩 정부는 약 80%의 폐기물이 종량제 적용 대상이 되고, 남은 20%에 매립료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종량제 봉투의 가격은 가장 작은 3ℓ들이가 30홍콩센트(약 42원), 100ℓ들이가 11홍콩달러(약 1570원)로 책정됐다.
홍콩은 교육, 의료, 금융 등 많은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와 의식 수준을 갖추고 있는 반면, 쓰레기 처리 및 재활용에 대한 공공의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외식문화가 발달한 홍콩에서는 배달이나 포장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지만 한국과 달리 재활용이 불가능한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용기를 쓰고 있다.
가정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및 재활용 불가능한 일반 쓰레기와 종이, 고철, 유리 등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가 섞인 채 버려지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지난 1999년부터 시행된 비닐봉투 유상판매제도 홍콩에서는 2015년 4월에야 시행됐다.
홍콩의 환경단체인 그린어스(Green Earth)에 따르면 하루에 520만개의 플라스틱 병이 홍콩에서 버려지고 있으며, 연간 버려지는 이 병들을 이으면 지구를 수십바퀴 돌 수 있는 길이가 된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홍콩에서 발생한 폐기물 및 재활용품 수입의 대부분 담당하던 중국 본토 정부가 최근 폐기물 수입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개정하면서 홍콩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
2015년 홍콩 내에서 발생한 재활용 가능 고체 폐기물의 단 2%만이 홍콩 내에서 재활용됐으며, 나머지 98%는 중국 본토나 다른 나라로 수출됐다.
현재 홍콩은 외곽 지역인 신제(新界) 세 곳에 매립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 곳 모두 2020년까지 사용이 예정돼 있으나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환경보호서 담당자는 종량제 도입 이후 폐기물 총량이 크게 줄었던 한국과 대만의 사례를 언급, “종량제를 실시하면 2022년에는 쓰레기 배출량을 2013년의 40% 수준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다푸(大埔)에 위치한 44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6개월간 실시한 종량제 시범운영 결과 쓰레기 배출량이 24% 감소했고, 11종의 재활용품 수거량도 86%나 증가했다.
쓰레기 배출량 감소를 위한 각계의 노력 역시 이어지고 있다. 홍콩(香港)대학은 지난 7월부터 캠퍼스 내에서 내용물이 1ℓ 이하인 플라스틱 제품의 판매 및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정치 문제에서 날 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친중(親中) 건제파(建制派)와 반중 민주파도 쓰레기 문제에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입법회(立法會, 한국 국회에 해당) 환경분과 회의에서 입법회 의원들은 당파를 막론하고 종량제 및 오염세 도입 외에 쓰레기를 줄이는 기업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홍콩 정부의 종량제 시행안은 입법회의 심의를 거쳐 두 달 내에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종량제 실시가 아직까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홍콩의 환경보호 의식을 높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