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한·미 금리역전 가시화

2017-11-02 19:00

연말의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가 우리나라는 11월, 미국은 12월에 열린다. 

현재 미국의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만약 이달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미국이 다음달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된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던 건 2007년 8월이 마지막이다.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에 깜빡이를 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금융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 가고 있다고 본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가 시장에 인상 시그널을 보낸 것은 3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1.4%의 깜짝 성장을 시현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은 통화정책 결정의 핵심 요소다.

한은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8%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10월 금통위에서는 약 6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소수의견도 나왔다.

금리인상은 이제 연말 또는 내년 초 시기의 문제만 남은 상황이다. 해외 투자은행(IB) 10곳 중 7곳은 한은이 이달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금리인상이 가계부채 문제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인상은 가계 빚의 원리금(원금+이자) 상환부담을 늘리고, 민간소비를 줄여 경기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긴 추석 연휴에도 3분기 경제성장률이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출이 12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민간으로 온기가 퍼지지 않는 것도 금리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이다.특히 이 같은 호실적은 정부의 추경과 물량 밀어내기 등 일회성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점도 이달 금리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통화정책의 판단 기준 중 하나인 물가가 1%대로 하락한 점도 그렇다.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는 2%다. 물가가 2% 정도는 돼야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의미다. 이른 금리인상은 경기 회복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한은이 금리인상에 신중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