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의장 제롬 파월 지명에 시장 안도...비둘기파 '경제 대통령'에 쏠린 눈
2017-11-02 16:21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재닛 옐런 현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시장은 전망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보였다. 전형적인 '비둘기파' 인사로서 완만한 금리 인상, 점진적 보유 자산 축소 등 현행 통화 정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공화당 주류·비둘기파' 경제 안정 택한 트럼프···금리인상·자산축소 유지 전망
파월 이사는 이번에 언급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들 가운데 가장 공화당 주류에 가까운 인물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금융 규제 완화를 적극 지지하고 있어 향후 경제 정책을 추진할 때 마찰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차기 연준 의장으로 파월 이사를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이사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준에 합류했다.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등 외신은 파월의 합류 시기가 연준의 경제 정책 방향이 전환되는 시점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책으로 단행됐던 제로금리 등 양적 완화 정책에 변화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에는 벤 버냉키 당시 의장이 테이퍼링을 통해 유동성을 축소했다. 2014년 2월 취임한 옐런 의장은 그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점진적으로 4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공화당 소속이긴 하지만 양적 완화를 선호하는 파월 이사는 옐런 의장의 통화정책을 적극 지지하면서 호흡을 맞춰왔다.
◆ "말 한마디에 시장 들썩"···'경제 대통령'의 파워
파월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에 지명됨에 따라 옐런 현 의장은 연임하지 못한 채 내년 2월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게 됐다. 역대 3번째로 짧은 재임 기간을 기록한 것이다. 임기를 넉 달 앞둔 미 연준 의장 주인 자리에 관심이 쏟아진 이유는 이른바 '경제 대통령'으로서 연준 의장의 권한이 막강한 탓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은 이사회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으로 구성돼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중심으로 주요 통화 정책을 결정한다. 행정부와 분리된 독립 기구인 만큼 백악관의 통제를 받지도 않는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에 이어 제4의 권력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연준 의장을 이른바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준 의장의 발언은 세계 경제를 예측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알려져 있다. 어떤 표현을 하느냐에 따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냉키 전 의장과 옐런 의장 등 전임 의장들이 분명하고 정확한 표현 대신 애매하고 함축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것도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 많다.
한편 시장에서는 최근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인사 대신 파월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에 낙점된 데 대해 시장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완만한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에 기반해 현행 정책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