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여행업계, 질적 성장 이루려면
2017-11-03 10:37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협회장
최근 자주 찾는 지방의 한 호텔 건물에 여행사가 또 하나 들어섰다. 이로 인해 같은 호텔에 여행사만 세 곳이 밀집하게 됐다. 중심가와 인접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많다.
일부 지역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집계한 관광사업체 통계(올해 6월 말 기준)에 따르면 여행업 등록업체 수는 2만590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223곳이 늘었다. 지난 3월 말 2만254곳으로 사상 처음 2만곳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국내 및 국외여행업을 겸업하는 곳을 분류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영업 중인 여행사가 이보다 20~30%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 증가세와 숫자는 여전히 적지 않다. 한 번뿐인 인생을 제대로 즐기려는 ‘욜로(You live only once)’족이 많아지고, 여가활동을 권장하는 사회분위기도 조성되면서 여행업계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행사의 과잉’은 사드 등 문제로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의 ‘제살깎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가격을 낮춰 소비자에게 득이 되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떻게든 수익을 남겨야 하는 만큼 결국 여행상품의 질 하락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여행사를 통해 국내외를 찾는 사람들의 수를 줄게 만들고, 다시 업계는 위축돼, 비용을 줄여야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당장 여행업계의 이직률만 봐도 이 같은 현실은 자명하게 드러난다. 여행업계의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곳들도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4~6년 정도로 알려졌다. 비슷한 규모의 국내 기업들은 7~10년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처럼 여행업계의 근속연수가 짧은 것은 연봉등 처우에 불만을 느끼는 직원들의 이직이 잦기 때문이다.
가령 여행사로 등록할 때 일정 기간 유예를 두고,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기본적인 사항을 파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부 대형 여행사가 자신의 지위를 앞세워 중소업체들과 불공정한 거래를 하는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 같은 조치들로 여행업계 생태계가 안정적이 될 때 질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