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폐암신약 ‘올리타’, 월 260만원의 속내

2017-11-02 03:01
경쟁제품 영국 ‘타그리소’ 의식해 저가전략…보험급여가격 협상 겨냥
국내 출시, 시장 선점 노리지만 ‘저가 자충수’에 발목 잡힐 수도

[사진=한미약품 제공]


폐암 신약 공략에 나선 한미약품이 자충수에 빠져들 위험에 처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선택한 저가 전략은 그에 상응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폐암신약 ‘올리타’에 대한 보험급여 약가협상을 수월하게 마무리 지으면서 국내 폐암시장 출시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한미약품은 올리타 한 달 약값으로 260만원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항암제 신약에 높은 약가를 제시하려는 경향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에서도 한미약품이 제시한 약가에 놀랐다는 후문조차 있다.

한미약품이 낮은 약가를 제시한 것은 전략적 선택이다. 올리타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폐암 신약 ‘타그리소’와 경쟁 관계에 있다. 타그리소는 미국·영국 등 전 세계에서 이미 처방되고 있을 만큼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반면 올리타는 아직까지 임상단계를 모두 마치지 못했고, 피부독성으로 인한 사망 등 부작용 논란도 겪어야 했다. 일부 의료진은 올리타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용량을 올리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고, 환자 간에는 타그리소를 더 선호하는 경향마저 나타났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는 두 신약 모두 보험급여가격 협상을 진행 중에 있어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 보험급여가격이 결정돼야만 환자부담금이 낮아져 실질적인 시장 판매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이 점을 노렸다. 낮은 약가를 제시해 협상 관문을 통과하면 빠른 시장 출시가 가능하면서도 경쟁 제품인 타그리소에 대한 약가 협상을 견제할 수 있다. 정부로선 가격이 낮은 국내 신약이 있다는 명분 상 한 달 약값으로 약 700만원을 고수하고 있는 해외 제약사 신약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협상은 여러 차례 결렬됐다.

이렇게 되면 올리타가 국내 폐암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 선점은 여유로운 임상 경험 확보, 독점 마케팅 등 장점이 있다. 여러 장점으로 시장 선점 효과는 이후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올리타가 처한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선점에 성공하더라도 이는 1회성 성공에 그칠 가능성이 적잖다. 저가 전략은 사실상 수익구조 악화로 이어진다. 한미약품은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 항암제 시장 진출의지를 갖고 있다. 한번 낮아진 약값으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수익 확보에 한계가 있다.

또 환자단체에서는 타그리소 보험급여화를 주장하고 있다. 가격, 영업력과 마케팅 등 시장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여론에 따라 타그리소에 급여가 적용되면 암이라는 중증 질환 특성 상 의료진과 환자는 가격보다는 효과·안전성·임상정도 등을 고려해 타그리소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판권계약을 체결했던 독일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돌연 계약을 해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있다.

항암제 혁신 신약개발로 주목을 받았던 한미약품이 전략적 승부수로 위기를 모면하고 글로벌 신약으로서의 성공 사례를 남길지, 1회성 전략에 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