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60···삼성, 확 젊어진 3두마차
2017-10-31 18:41
삼성전자 임원 평균 40대로 세대교체···경영진도 6살 어려져
돌아온 40대들 “오너부재 등 불확실한 환경 속 생존본능 강화”
돌아온 40대들 “오너부재 등 불확실한 환경 속 생존본능 강화”
31일 삼성전자의 3개 부문장 인사는 일명 ‘JY세대’로 불리는 1960년대생이 회사 경영 전면에 포진했다는 점에서 최근 수년래 가장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이 본격화하고 이에 따라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향후 조직개편도 이들 3개 부문을 주축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에 따른 비상경영체제 지속 속에 이 부회장마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올해 구속되면서 최근 수년간 정기 사장단 인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40대 룰’을 지켜왔던 삼성전자 임원의 평균 연령이 다시 50대를 훌쩍 넘어섰다.
삼성전자 임원의 평균 연령은 2013년 49.50세에서 2014년 48.71세로 떨어졌다가 2015년 49.87세로 소폭 오른 뒤 지난해에는 50.54세로 '40대 룰'이 깨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51.50세까지 뛰었다.
‘뉴 삼성’의 기치를 내건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으로 삼성전자가 그 어느 때보다 혁신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수뇌부의 연령대가 높아진다는 것이 과연 진정한 개혁을 일궈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한 임원진의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1960년대생들의 인사 적체에 따른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7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등기·미등기 임원수(사외이사·비상근이사·보고서 제출 후 등기임원 수 등은 제외)는 104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960년대생(1960~1969년)은 814명으로 77.6%를 차지하고 있으나 부사장급 이상은 50명(사장 3명, 이재용 부회장 제외·부사장 47명)에 불과하다.
권오현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신종균 사장 등 1950년대생 부문장이 용퇴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도 1960년대생은 물론 그 이후의 세대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기남 사장(1958년생)과 김현석·고동진 사장(1961년생)의 부문장 발탁 인사로 삼성전자 경영진의 평균 연령은 63.3세에서 57세로 6살 가량 낮아지게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추가 임원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임원들의 전체 평균 연령을 다시 40대로 낮출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타 CEO 3인방’, 1등 삼성 미래 그린다
이날 부문장에 임명된 3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각자의 부문에서 일궈낸 역량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조직을 쇄신해 활력을 주는 동시에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부품)부문장에 임명된 김기남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0여 년 이상을 반도체사업부에서 한 우물만 판 반도체 전문가다. 최연소 이사대우 승진, 최연소 사장단 합류 등 삼성전자에서 고속승진을 거듭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일찍부터 ‘삼성전자의 얼굴’로 자리매김해왔다.
꼼꼼한 성격을 지녔으면서도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며 업무처리가 칼같이 정확해 선택 한 번에 사업의 명암이 갈리는 ‘반도체’ 부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반도체 등 전문 분야에서 일궈낸 역량을 바탕으로 후배 경영진들과 함께 삼성전자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중책도 맡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기남 사장이 탁월한 리더십으로 오너 부재로 안갯속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삼성전자를 훌륭히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E(소비자 가전)부문장을 맡게 된 김현석 사장은 1992년 삼성전자 입사 후 TV 기술개발을 맡아 3DTV,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액정화면(LCD) TV 등에서 QLED까지 삼성전자 TV의 발전사를 함께 한 산증인이다.
삼성전자가 TV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세계에서 손꼽는 TV 개발자 중 한 명이다.
그의 강점은 소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잠재적 요구를 읽어내고 이를 기술로 구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데 있다.
IM(IT·모바일) 부문장을 맡게 된 고동진 사장은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들 중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일궈낸 인물이다. 1984년 입사 후 16년 만인 2000년 정보통신총괄 유럽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무선사업에 뛰어든 그는 해외상품기획그룹장, 개발관리팀장, 기술전략팀장, 무선개발실장을 역임하며 갤럭시 신화를 이끌었다.
고 사장은 사내 임직원은 물론 소비자와의 소통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소통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태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소비자들의 요구에 앞서 전량 리콜을 단행하고 개선책을 제시하는 등 빠른 대처로 호평을 받았다. 또 올해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1년 만에 정상궤도에 올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