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 산업의 癌 ‘카드깡’갈수록 기승

2017-10-31 15:29

신용카드를 활용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이자를 뗀 후 현금을 융통하는 일명 '카드깡'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드깡은 고금리 불법 사채로 이어질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대되는 등 그 수법도 교묘해져 사실상 국내 금융결제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로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적발할 수 있는 인력이나 제도적 장치가 갖춰지지 않아, 다양한 정책 마련을 통한 올바른 금융결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 카드깡 수법 날로 지능화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깡으로 국세청에 적발된 신용카드 불법 행위는 1949건에 달했다. 

신용카드 불법행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2012년 1028건에서 2013년 938건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2014년 1330건, 2015년 1382건으로 증가하다가 지난해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통보된 신용카드 불법거래 적발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고, 단순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지도가 강화되면서 관련 적발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카드깡과 관련된 불법 행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 10%의 이자를 떼고 동네 매점에서 현찰을 받는 방식으로 공공연하게 카드깡이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높은 선이자로 소비자들을 노리는 카드깡 전문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25~30%의 높은 금리의 수수료(선이자)를 떼고 고리대금 장사를 일삼고 있다.

예를 들어 카드깡업체가 고객의 신용카드로 1000만원을 결제하면 소비자는 수수료를 뗀 700만원의 현금을 제공받게 된다. 이후 발생하는 할부 수수료나 원금 등은 카드사에 상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연체 및 개인파산 등이 발생해 카드사에 상당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

카드사의 손해는 자연스럽게 가맹점 수수료나 할수 수수료 인하 등을 저해해 가맹점과 소비자에게까지 부담을 떠안기게 된다.

최근에는 카드깡으로 지방세 대납을 한 업자들이 구속되는가 하면, 700억원대의 카드깡을 한 대규모 조직이 검거되기도 했다. 또 온라인 쇼핑몰에서 골드바를 판매한다는 명목으로 200억원대의 카드깡을 일삼는 조직이 적발되는 등 수법이 더욱 다양화되고 대담해지고 있다.

◆ FDS 적발로도 한계…제도적 보완 절실

현재까지는 카드깡 예방을 위해 카드사들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 최선의 방법으로 또오르고 있다.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등 국내 카드사들은 자체적으로 이상 거래를 탐지할 수 있는 FDS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불법적인 거래가 일어나는 경우 가맹점 대금 지급 보류 등의 조치를 취한다.

FDS는 카드 소지자가 평소 결제하지 않던 장소에서 거액의 결제를 일으켰을 때, 혹은 다건의 결제가 짧은 시간에 이뤄졌을 때 이상징후를 포착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온라인, 간편결제 등을 활용한 다양한 수법의 카드깡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적발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카드깡이라는 수법 자체가 급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당사자가 불법을 인지하고 신고하지 않는 이상 적발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금감원도 카드결제가 이뤄지는 밴(VAN)사의 단말기를 통해 카드깡을 적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금감원 인력이 모든 카드깡 업체를 적발해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카드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선행되지 않는 이상,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카드깡업체를 일일이 단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 불법적인 카드결제가 가맹점 중심으로 발생하는 만큼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며 "건전한 금융결제산업의 정착과 카드깡 고금리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