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도 굴복...‘35층’ 선회

2017-10-26 16:31
26일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주민투표 결과 발표...주민들 ‘35층’ 손 들어

주민 투표를 통해 35층 재건축으로 가닥을 잡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모습. [사진=아주경제 DB]


최고 49층을 고집하며 서울시와 대립하던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35층 층수 규제를 적용한 재건축안으로 선회했다. 가이드라인을 고수하겠다는 서울시의 입장이 확고한 상황에서 더 이상 49층안을 고집하는 게 시간만 지체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6일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토지 등 소유자를 대상으로 층수를 묻는 투표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 4803명 가운데 투표에 참석한 3662명 중 2601명(71%)이 35층에 찬성했다.

앞서 추진위는 지난 15일부터 소유자를 대상으로 기존 49층 재건축과 시의 35층 규제에 맞춰 재건축하는 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19일 오후에는 이를 위한 설명회도 열었다.

현재 최고 14층, 4424가구로 구성된 은마아파트는 추진위 측이 최고 49층, 6054가구(임대 862가구 포함)로 재건축하는 계획을 밀어붙였었다. 추진위 측은 ‘국제공모를 통한 디자인 특화’를 내세워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면 50층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총 150억원을 투입한 국제 현상설계 공모를 실시해 지난 5월부터 시에 심의를 요청했다. 35층으로 재건축하는 새로운 안은 5905가구(임대 800가구 포함)로 탈바꿈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는 ‘35층 규제’에 대해 줄곧 강경 고수 입장을 보였다. 시의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인 ‘2030 서울플랜’에 따라 3종 일반주거지역에선 최고 35층까지만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경관심의안’에 대해 심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미심의’ 결정을 내린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지를 확고히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35층으로 마음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시의 의지를 고려해볼 때 층수를 낮추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마아파트는 14년 전인 2003년 추진위가 구성됐지만 아직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어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는 어렵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도 한몫했다. 49층을 지지하는 측은 박 시장의 임기가 끝난 뒤에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35층으로 낮춘 단지는 심의를 통과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박 시장이 3선에 성공할 경우 49층의 꿈은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는 한강변 단지에 엄격하게 층수 규제를 적용했다. 최고 45층으로 재건축하는 안을 계획했던 반포주공 1단지는 35층으로 낮춰 지난 6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도계위에서 보류를 받았던 신반포 14차도 지난 2월 35층 계획안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최고 50층 계획안이 지난달 도계위에서 사실상 통과된 점을 들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에 시는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건물은 35층 이하이며, 준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건물만 50층 이하로 결정돼 기준을 지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은마아파트는 층수를 낮추는 안으로 기울수록 빠른 사업 진행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거래 문의가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28건이 거래됐으며, 지난 13일에는 전용면적 95㎡가 13억37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설계 공모에 최종 당선된 재건축 투시도. [이미지=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