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솝우화’ 전집, 시장 속으로 ‘퐁당’…광주 봉선시장에선,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2017-10-25 17:48
‘전통시장이라고 보기엔 규모가 너무 작아 보이는데? 그냥 아파트 단지 내 열리는 장터인가?’ 머리를 갸우뚱 하며 이내 시장에 들어서자, 일반 시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정육점은 ‘아기돼지삼형제’, 빵집은 ‘헨젤과 그레텔’, 수산은 ‘인어공주’를 콘셉트로 한 점포디자인과 상품개발이 한창 준비 중이다. 마치 ‘이솝우화’ 동화책 속 상황들이 이 조그만 시장에 전집으로 옮겨져 들어올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전국 어느 시장을 가 봐도 보기 드문 ‘아이들과 함께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시장’,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도 있는 놀이터 같은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소규모 시장이 어떻게 ‘전국 17개 거점시장’에 뽑히게 됐는지는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알게 됐다. 월요일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점이라 시장 거리엔 손님이 거의 없었지만, 특이하게 상인들의 얼굴엔 활기가 넘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늦은 오후 몰려들 손님에 대한 기대감 때문만이 아닌 동화마을 콘셉트 준비에 대한 즐거움과 동시에, 보통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 진행되는 ‘아이들의 장보기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행복감으로 보여졌다.
봉선시장 상인회 박상길 회장과 봉선시장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파견 나온 최은영 사업단장은 이같이 사장을 소개하면서 “그래서 작지만 강한 시장, 강소 시장, 지금은 미래형 시장이란 수식어가 붙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최근 전통시장의 꽃으로 떠오른 ‘야시장’ 운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야 말로 아이들을 위한 시장이다. 대신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직거래장터를 연다. 이번 전통시장 축제기간에 맞춰선, 명칭을 아예 ‘아나바다 장터’로 바꿨다고 한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공감형‧착한형 시장만들기 프로그램이 추가된 것이다.
또 아이들을 위한 장보기 체험학습 프로그램 등을 주변 유치원과 연계, 구성‧시행해 나가고 있었다. 마치 백화점에서 진행되는 문화교육 강좌를 듣듯이, 전통시장에서 체험학습이 이뤄지고 있었다.
박 회장은 “이곳 광주시 봉선동은 서울의 강남이라고 불릴 정도로 교육열이 높다”며 “우리 시장은 이 주거 지역의 한 가운데 존재하게 되면서 대형마트, 백화점과 같은 역할도 모두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여느 전통시장과 달리 한곳도 빠지지 않고 모든 점포가 카드도 받는다. 특이점은 어느 시장을 가도 거리에 있는 노점상 할머니들도 여기선 카드로 계산을 해준다. 노점상이지만 상인회가 똘똘 뭉쳐 카드를 도입할 수 있게 만들어줬고, 노점상들에게도 이름을 붙여줬다. 모든 것이 전통시장 최초다.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봉선시장에서 닭강정 집을 개업한 정준엽 씨는 “시장 내 점포수가 적다보니, 오히려 단합이 잘되고 서로 돕게되는 거 같다”며 본인도 “닭강정으로 이곳에서 끝까지 남아 명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더해 최 단장은 주변 한국관광 100선에 오른 ‘펭귄마을’과 ‘유진벨선교기념관’이란 역사 관광단지와 연결할 경우, “관광 대표시장으로도 육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향후 시장의 확대성까지 예견했다.
1년 후, 완전체 동화 속 봉선시장을 그려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