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당 입지굳힐 기회" vs "정체성은 지켜야"

2017-10-24 18:39
국민의당 친안계-호남계 내분 바른정당 통합 놓고 갈등 격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둘러싸고 국민의당 내부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친안(親安)계 의원들은 “다당제가 우리 당의 존재 이유”라며 외연 확장을 통해 제3당으로서 입지를 굳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호남계 중진 의원들은 “우리 당은 DJ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호남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보수 정당과 통합은 어렵다”고 강조한다. 의원들은 현재 6% 수준의 지지율 감옥에 갇힌 국민의당을 살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구체적 해법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우리의 뿌리는 ‘민주’···보수정당과의 통합은 어려워

김동철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호남 중진 의원들과 조찬에서 ‘지금은 바른정당과 통합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조찬에 참석한 의원은 조배숙·주승용·이찬열·박준영 의원 등이다.

김 원내대표는 “당이 통합되려면 국민 여론, 당의 압도적인 지지, 상대방의 적극적인 태도 등 3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라며 “호남 지역 탈피, 햇볕정책 포기 등과 같이 차이를 크게 보이고 있는 상대방(바른정당)과 어떻게 통합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박지원 의원은 전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민주 정부가 세워져야 하고,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해야 하며 호남 차별이 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목표 때문"이라며 "여기에서 하나라도 일탈이 생기면 제가 움직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배숙 의원도 전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개혁보수 중심의 통합을 강조했는데 국민의당은 중도개혁 정당이지 보수정당은 아니다”라며 “우리 당이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데 그것을 버리고 통합을 하자고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도를 넘은 요구가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다당제 정착으로 양당제 폐해 극복해야

하지만 다당제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지난 20일 국민의당의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제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다당제, 그러니까 제3당의 중요성에 대해서 65% 이상이 지지한다는 것”이라며 “호남에서도 바른정당과의 연대나 통합을 통해서 국민의당이 더 강해져서 제대로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라는 의견이 높은 걸로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건강한 야당, 야권 세력이 필요한데 현재 자유한국당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라며 “중도통합세력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게 역사적 사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최고위원도 이날 “다당제가 우리당의 존립기반이라는 데는 모든 의원들이 동의한다"며 "양당제로 회귀시키려는 거대 양당의 시도가 있어서, 다당제를 지키기 위해 바른정당이 넘어지면 안 된다는 데는 많은 부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