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이제는 포용적 금융으로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 창출해야
2017-10-24 19:00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기업은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선제적인 구조조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심리적인 거부감이 크다. IMF 금융위기 이후 다양한 형태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명예퇴직이나 대량해고와 같은 아픔을 겪은 탓이다.
환경변화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단순히 인력이나 조직을 감축하는 다운사이징 전략만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기업경영에서 숙련된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핵심인재를 최대한 아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각 기업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구조조정을 통해 다가올 융성의 기회를 엿볼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 구조조정에서 택인임시의 자세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위기를 겪는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기업과 그 구성원의 각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동시에 기업의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해 조기에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된다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자산매입 후 임대프로그램'은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 프로그램은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의 핵심자산을 캠코가 매입해 유동성을 지원하고, 매입한 자산을 해당기업에 빌려줘 기업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기업은 자산을 매각한 자금으로 상환 만기된 대출금을 갚아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고, 부채규모도 낮추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더불어 기업은 공장과 같은 생산기반시설을 그대로 계속 사용하면서 고용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인재나 기술 유출, 생산활동 위축 없이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 또 경영이 정상화돼 여유가 생기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매각했던 자산을 되사갈 수도 있어 기업의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취약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포용적 금융으로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자산매입 후 임대프로그램은 인재를 아끼고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택인임시와 상통하는 구조조정 전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장기침체가 우려되던 세계경제가 최근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우리 경제도 수출이 증가세로 호전되면서 경기부진 우려가 다소 완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특정 산업분야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고, 저성장 기조로 전반적인 투자와 고용 또한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다.
이러한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구조조정이 필요한 한계기업이 2010년 2400개에서 2016년 3126개로 증가했다. 기업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외부지원이 필요한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생각해 보면 단기적인 경기부진이 아니더라도 경쟁이 심화되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다양화될수록 기업 구조조정의 상시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기업이 구성원을 아끼면서 당면한 경영난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구조조정 방법론이 지속적으로 창안되고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은 자산매입 후 임대프로그램을 좀 더 많은 기업이 활용해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유지·창출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