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라더' 이동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다
2017-10-19 16:39
그런 의미에서 영화 ‘부라더’는 이동휘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뼈대 있는 가문의 진상 형제가 묘한 여인 오로라를 만나 100년간 봉인된 비밀을 밝히는 내용을 담은 이번 영화는 이동휘의 첫 주연작인 동시에 그의 새로운 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믹한 이미지 너머 고독과 외로움을 발견했다”는 장 감독의 말처럼 이동휘는 코미디라는 친숙한 장르를 통해 까칠하고 고독한 정서를 가진 주봉이라는 낯선 인물을 표현,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그린다. 주변 인물로서 ‘시대’ 일부를 표현했던 그가 중심인물이자 ‘드라마’의 핵심을 쥐게 된 셈이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이동휘의 일문일답이다.
- 찍을 때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 똑같이 중요한 작품이라 여겼고 이전까지 해온 것 같이 집중해서 찍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더라. 책임감도 커졌다. 배운 것도 많았다. 개봉까지 카운트다운이 시작하면서 설레고 떨리고 자꾸 그런 마음이 든다.
주봉은 지금까지 이동휘가 연기한 인물들과 다른 결을 가진 캐릭터다
-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지 마음먹기보다 주봉 캐릭터에 집중했다. 이 친구가 코미디 영화에서 웃음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주봉이 재밌다는 느낌은 안 들었으니까. 주봉은 사명감이 있고 목표의식이 뚜렷한 인물이다. 어찌 보면 칼 같은 인물인데 해프닝을 통해 망가져 가는 모습이 주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개인적인 장치들이었다.
-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신선했다. 항상 제리가 톰을 괴롭히는데 영화에서는 마동석 선배가 톰 역을 맡으니까. 그런 장면들이 주는 재미를 극대화하려고 했다.
영화 ‘부라더’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원작으로 하는데
- 원작이 있는 작품들을 몇 번 했었다. ‘타짜-신의 손’도 그렇고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 ‘어떻게 레퍼런스를 삼느냐’는 것이다. 항상 감독님들은 원작을 지우고 저만의 모습으로 채우길 바랐다. 이동휘만의 것을 원한 것이다. 답습이나 흉내가 아니라 제게 집중하려고 했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속 주봉과 영화 속 주봉은 성격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 원작에서 깊이 있게 다뤘던 부분들이 영화기 때문에 생략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주봉이 파혼을 당한 일이나 형 석봉이 파혼 소식을 몰랐던 일이 그렇다. 영화기 때문에 생략하고 대사로만 설명해야 하는 게 많았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대사는 재밌게 하지만 동생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려고 했다.
실제로는 외동아들인데 형제애(兄弟愛)를 표현한다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었겠다
-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형이나 동생에 관한 감정들에 대해서. 사실 저는 언제나 형제를 둔 친구를 부러워했다. 친형제처럼 지냈던 대학 동기 형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형제에 대한 마음이 깊어진 것 같다. 형제가 함께 상을 치르는 걸 보며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형 역할을 배우 마동석이 맡게 됐다
- 동석 형님이 먼저 캐스팅됐다. 기대가 컸다. 형님을 처음 뵌 건 영화 ‘베테랑’ 뒤풀이에서였다. 영화를 찍을 때도 그렇고, 뒤풀이에서도 제대로 만나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워낙 바쁘셔서 그때도 아트박스 사장님처럼 ‘어, 잘했다’하고 바쁘게 사라지셨으니까. 하하하. ‘부라더’ 캐스팅이 확정된 뒤 셋이 앉아 커피를 마셨는데 너무 조곤조곤하고 부드러워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연기할 때도 잘 챙겨주셨고 편하게 해주셨다.
영화상에서는 마동석을 못살게 구는 제리 같은 입장이었는데
- 영화 속에서는 아웅다웅, 티격태격했지만 영화를 찍고 나면 몸이 마구 쑤셨다. 액션 영화도 아닌데 촬영만 마치면 몸이 아픈 거다. 부딪치고 싸우면 저만 다친다. 여러모로 신기한 영화였다.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보니, 실제 가족을 돌아볼 일도 있었을 것 같다
- 아무래도 그렇다. 작품의 방향성이 그렇다 보니. 후회할 일만 하고 있고 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살가운 편이 아니라서…. 놓치고 사는 게 많은 것 같다. 그래도 가까이에 있는 게 효도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독립이 자꾸 미뤄진다.
집에서는 어떤 아들인가?
- 외동아들인 데다가 부모님께서 맞벌이하셔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밖에서는 밝게 지내지만, 집에서는 말수도 적고…. 마치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것 같다.
평소 패션 감각이 남다른데 그런 모습이 영화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 ‘타짜2’나 ‘원라인’ 등 시대를 대변하는 패션을 선보였었는데
- 의상의 힘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를 고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디테일에서 나오는 힘이 엄청난 도움이 된다.
의상에 대한 아이디어는 내지 않는 편인가?
- 개인적 의견이 들어가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캐릭터에 잘 맞아야 하니까.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를 찍을 땐 양복, 트레이닝복 두 벌로 찍었다. 16부 모두. 설정상 그게 맞는 거다. 작품할 땐 의상에 관여하지 않는 편이고 대신 공식 석상에 갈 땐 의견을 낼 때가 있다. 저의 주된 낙이 돌아다니며 옷 구경을 하는 거라서.
옷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것 같다. 오늘 의상도 이동휘의 선택인가?
- 그렇다. 미국 빈티지샵에서 산 재킷이다. (이날 이동휘는 카멜 컬러의 체크 패턴 재킷과 터틀넥, 검정 슬랙스를 입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을에 참 잘 어울리겠다고 좋아하면서 샀는데 이왕이면 이렇게 자리가 있을 때 입고 싶어서…. 하하하. 제 인생의 유일한 낙이다.
최근 들어 웃음기를 지운 인물들을 많이 연기했다. 영화 ‘재심’이 시작점이었고, ‘부라더’는 감정 연기까지 선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작품 같다
- 이번엔 너무 웃음기가 없는 역할이다. 캐릭터 자체가 웃질 않는다. 보통 즐겁고 걱정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었는데 이번 작품은 코미디인데도 걱정 많고 비관적인 인물이라서…. 유일하게 웃는 장면이 형과 싸우는 장면이다. 형이 제 분비물을 먹고 불쾌해하자 통쾌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정 연기에 관한 갈증도 있을 것 같은데
- tvN ‘응답하라 1988’ 속 동룡이는 너무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감사함이 크다. 이런 행운이 또 올까 싶다. 계획을 세우기보다 천천히 가고 싶다. 호흡을 천천히 늦추고 있고 차근차근 가고 싶다. 드라마 ‘빨간 선생님’을 기점으로 템포를 늦추고 있다.
‘재심’에 ‘부라더’까지 점점 더 템포가 늦어진다. 차기작은 완전히 진중한 역이 될 수도 있겠다
- 뭐든 계획대로 가진 않더라. 캐릭터보다는 작품이 더 중요하더라. 시나리오가 중요하기 때문에 책이 가진 힘에 중심을 싣고 싶다. 뭘 보여줘야겠다는 마음보다 작품이 좋다면 얼마든지 참여하고 싶다.
원작 팬들이 ‘부라더’에 거는 기대가 크더라. 팬들에게 영화만의 강점과 관전 포인트를 전하자면?
- 단연 마블리(마동석)다. 뮤지컬에도 마블리는 없는 거다. 가장 큰 강점인 것 같다. 원작 팬분들의 후기를 읽어봤는데 일단 영화화에 대한 기대가 크시더라. 추억을 공유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보게 된 거는 것이 기뻐 보였다. 그 중심에 장유정 감독님이 계시고. 원작을 계속 연출하신 분이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신뢰가 있다. 저 역시도 그것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 우리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마블리와 감독님인 것 같다. 거기에 저도 양념처럼….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