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순직장병 예우 정치에 이용하려다 유족에 막말 파문..유족 분통
2017-10-19 15:3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순직 장병의 유족에까지 닿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CNN과 ABC뉴스 등 현지 주요 매체가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고(故) 라 데이비드 존슨 병장의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건넨 말이 문제가 됐다.
트럼프는 고인의 아내인 마이시아 존슨과 통화에서 “그는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알고 입대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이 군에 입대했을 때에는 사망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존슨 병사의 어머니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아들과 가족에게 무례를 저질렀다”면서 윌슨 의원을 거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 하원의원이 작전 중 사망한 병사의 부인에게 내가 한 말을 완전히 꾸며냈다. (증거도 있다). 슬픈 일이다!”라고 적었다. 또한 백악관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나는 그 의원이 말한 것처럼 말하지 않았다”면서도 정확히 자신이 어떻게 말했는지를 밝히지는 않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증거'와 관련해 백악관은 당시 통화녹음 내역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앞서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니제르 순직 장병들에 대한 공식 언급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다른 대통령들은 대부분 유족들에게 전화도 안 걸었다. 하지만 나는 적절한 때 전화할 것"이라면서 전직 대통령들을 전사자에 대한 예우도 없는 사람들로 몰아갔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숨진 장병들의 유족에게 편지와 전화로 위로했던 기록이 있다는 반박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는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백악관 비서실장 “존 켈리의 차남이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전화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켈리 실장의 아픈 과거까지 끄집어냈다.
캘리 비서실장은 18일 아들의 죽음이 정치적 논쟁의 소재가 되는 것에 깊이 불쾌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이날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켈리 비서실장의 입장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관심이 순직 장병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 한 가정의 비극에 맞춰지고 있다는 점에 역겨움과 실망감을 나타냈다”고 답했다.
그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사병의 가족에게 위로 명목으로 사비로 2만5000달러의 위로금을 약속한 뒤 지키지 않은 것으로 논란이 됐다. WP는 지난 6월 아프간에서 전사한 딜론 볼드리지 상병의 부친을 인용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아들의 사망 후 몇 주 뒤 전화를 걸어와 위로금을 약속했지만 4개월째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봉투가 도착했지만 그 안에는 "유감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만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WP는 백악관에 이를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WP의 보도가 나가고 난 뒤에서야 "수표는 보냈다. 언론이 대통령의 관대하고 진지한 제스처를 편파적 의제를 밀고 가기 위해 악용하는 행태가 역겹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