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북핵해법…'核 포기'엔 모두 회의적
2017-10-17 17:29
中 주펑 "중국의 대북정책 무기력했지만 이제는 바뀌고 있어"
북핵 6자회담 당사국 중 북한을 제외한 한·미·일·중·러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중국으로만 쏠렸던 북한에 대한 책임을 여러나라가 함께 나누는 '책임공유'를 통해 '실행가능한 계획(workable plan)'을 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각국은 저마다 처한 입장에 따라 의견을 달리했다.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는 17일 통일부가 주최한 '2017 한반도국제포럼' 주제발표에서 "북한이 협상의 결과로 핵무기를 포기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고 제3의 국가가 협상을 시급히 중재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 이사는 "북·미 간 치킨게임이 고조된 상황에서 꼭 필요한 건 양측의 체면을 세워주고 협상장으로 끌어주는 제3국의 중재노력"이라면서 적절한 중재국으로 독일을 지목했다.
그는 "운 좋게도 메르켈 총리가 핵 협상을 중재하려는 성향을 보여 왔다"면서 "메르켈 총리가 정상 간의 협상을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외교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양에서 서울까지 방문하는 것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 '책임대국'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중국의 전문가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책임공유' 방법을 들었다.
주 교수는 이어 "현재 국제사회 전체적으로 북한과 관련해 통일된 전선을 구축하는 상황이 보이고 있고, 특히 긍정적 변화로 보자면 중국이 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며 과거에 비해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이 중국의 책임이라는 가정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 했고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의의 주된 교섭담당자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성공적인 전략의 열쇠는 국제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공유하는 것"이라며 '책임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 교수는 특히 '책임공유'에서 중국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청중의 질문에 대해 한·미·중의 공고한 공조를 언급했다. 즉,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의 해결이다.
그는 "현재 사드문제로 한·중관계가 침체돼 있는데 이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동북아의 지정학적 문제 해결의 좋은 사인(신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쿠치 히데시 일본정책연구대학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압박과 한·미·일의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쿠치 연구위원은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할 때가 아니라 더 압박할 때"라며 "한·미·일 세 나라는 즉각적인 이슈를 넘어서 협력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유럽·중국문제 전문가인 이안 안토니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유럽안보프로그램 국장은 "북한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곧 그 능력이 입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북한에게 '위협은 이제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선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중재자 역할을 잘 활용해야 하겠지만 이 방법도 워싱턴에선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척 헤이글 전 미 국방부 장관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렉슨 류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비확산담당관은 "평화는 안보를 통해 오는 것이고 한·미의 강한 동맹을 기반으로 가능한 것"이라며 "한·미관계에 대해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한국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근본적인 차원에서 동맹에 대한 질문을 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는 "현 시점에서 한·미동맹의 강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지만 미국 내에서 군사옵션의 언급과 한국 내에서의 핵무장 논의가 일면서 한·미 간 동맹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이사는 "최근 북한의 핵 위협으로 인한 한·미·일 국민의 충격은 이해하지만 긴밀한 한·미동맹이 필요한 이 시기에 군사옵션을 언급하는 등의 방법은 양국 국민의 결속에 반하는 것"이라며 군사적뿐만 아닌 심리적 한·미 결속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