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쌍십절 풍경] 타이중·타이둥서 축하행사 개최…차이잉원 지지기반 배려한 듯
2017-10-12 13:23
한국서도 기념식 진행…스딩 대표, 실용 외교 강조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난 10일 건국 기념일(국경절) 당일 기념 연설에서 독립성향의 현 정부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쌍십절(雙十節)이라고 불리는 이날은 대만(중화민국)의 건국 기념일로, 올해 106주년을 맞아 대만 현지와 한국에서 각종 행사가 펼쳐졌다.
쌍십절은 1911년 10월 10일에 발생한 우창봉기(武昌起義)를 기념한 것으로, 신해혁명(辛亥革命)의 발단이 됐다. 신해혁명으로 만주족 주도의 청나라는 붕괴되고, 한족의 근대적 공화국인 중화민국이 탄생했다.
특히 올해 쌍십절은 오는 18일 중국 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동아시아 주변국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차이 총통은 “정치적 차이로 여러 복잡한 문제가 생겼지만, 그럼에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대만 해협과 지역 일대에서 평화와 안정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태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압박 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현 정부의 헌정체제 개혁론에 발맞춰 민진당이 중국과의 ‘통일’을 삭제한 대만 독립 기조의 헌법개정안을 발의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민진당 의원 41명이 참여한 ‘중화민국 헌법 증수조문(增修條文)’ 개정 초안은 ‘중화민국’이 중국 대륙을 통일하기 전까지 대만 내 정치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1991년 제정한 헌법 부칙조항이다.
이번 개정 초안은 중국과의 ‘통일전’ 문구를 삭제하는 한편, 기존 ‘자유지구와 대륙지구’로 표현한 대만와 중국을 ‘우리나라와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변경했다. 중국과 대만을 명확히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상황과 달리 정부주도의 민간행사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국경절 기념 전야제와 불꽃놀이 행사가 타이베이(台北) 시내가 아닌 각각 타이중(台中)과 타이둥(台東)에서 개최된 점은 눈길을 끌었다.
이 행사는 약 50년간 타이베이에서만 열렸지만, 이제는 ‘중북경남(重北輕南)’이 아닌 다양한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매년 다른 현(縣)·시(市)에서 개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진당의 지역적 지지기반인 남부 지역을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타이베이 시민들도 저마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며 ‘대만의 생일’을 기념했다. 당초 양안 관계 경색에 따른 우려와는 달리 거리 곳곳에 대만 국기가 걸렸다.
같은 날 오후 주한국 타이베이대표부와 타이완관광청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념식을 열고 국경일을 자축했다.
대만 전통 북 연주와 사자춤 공연으로 시작된 이번 행사에는 한·대만 의원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는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과 각국 주한 외교관들이 참석했다.
스딩(石定) 주한국 타이베이대표부 대표는 기념사에서 “우리는 ‘실용 외교와 호혜 및 공조’이념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 및 유럽 등 뜻을 같이 하는 나라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만은 한국과 여러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을 확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이노베이션과 발전 가치의 선두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