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지친 롯데, 인도네시아에 떴다

2017-10-10 08:18
사드악몽에 사실상 중국서 철수
인도네시아 2위 그룹과 '인도롯데' 설립

롯데그룹이 인도네시아 재계 2위 살림그룹과 합작법인 ‘인도롯데’를 설립,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를 개설했다. 사진은 아이롯데 로고. [사진=롯데 제공]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치명타를 입은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이 중국 대신 해외시장 개척의 방향키를 인도네시아로 돌렸다. 롯데는 현재 롯데마트 매각 등 사실상 중국 사업 철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 재계 2위 살림그룹과 각각 50%씩 출자해 합작법인 ‘인도롯데’를 설립하고 현지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www.ilotte.com)을 개설한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대표는 롯데그룹이, 부대표는 살림그룹이 각각 맡기로 했다.

롯데는 그동안 인도네시아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 본격 진출을 모색해왔다. 세계 4위 규모의 인구 2억 6000만명을 보유한 인도네시아 공략을 위해 롯데는 2008년부터 유통과 화학부문 위주로 집중 투자한 결과,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액 약 15%를 인도네시아에서 거두고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2013년부터 ‘한-인도네시아 동반자 협의회’ 경제계 의장을 맡으며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에 앞장서왔다. 이번 온라인쇼핑몰 진출도 신 회장이 작년 2월 앤써니 살림(Anthony Salim) 살림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오픈 마켓 등 합작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 측은 인도네시아 인터넷쇼핑몰 진출은 신 회장의 글로벌 다양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개설한 아이롯데는 인도네시아 온라인쇼핑몰 최초로 ‘몰인몰’(Mall in Mall)을 도입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현지 홈쇼핑업체 레젤(Legel) 매장이 온라인몰 내 온라인몰로 입점했다. 롯데는 향후 현지 최대 패션기업 MAP의 ‘스포츠 플래닛’과 최대 도서 쇼핑몰 등을 추가 입점시킬 예정이다.

또한 설화수, 라네즈, 에뛰드, 토니모리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와 한국 중소기업 제품의 해외 판매를 지원하는 K-샵 매장을 아이롯데 안에 마련했다. K-샵은 한국 롯데닷컴과 연계한 역직구 사업모델로, 우수 중기 제품을 인도네시아 현지 소비자에게 소개한다.

롯데는 아이롯데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롯데백화점 1개점, 롯데마트 42개점, 롯데리아 30개점, 롯데면세점 2개점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관 인도롯데 대표는 “한국에서 쌓은 롯데의 유통 노하우와 살림그룹의 현지 마케팅 파워가 시너지를 내 차별화된 서비스를 실현, 급성장 중인 인도네시아 온라인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2021년 매출액 5000억원을 달성해 흑자 전환하는 게 1차 목표이며 2023년 매출액 1조원 돌파가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인도롯데'의 마케팅팀 직원들. [사진=롯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