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망자 59명까지 늘어..경찰은 총격범 범행동기 찾기에 주력

2017-10-03 11:44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용의자인 스티븐 패독(64) [사진=AP연합]


1일 밤(이하 현지시간) 라이베이거스 총기난사로 인한 희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망자는 최소 59명까지 늘었고 부상자도 500명을 훌쩍 넘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나올 수 있다. 미국 전역은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해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경찰은 라스베이거스 인근에 거주하던 64세 남성 스티븐 패독을 단독 용의자로 지목했다.

당시 만델레이베이 호텔 32층에 머물던 그는 야외에서 콘서트를 즐기던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뒤 자살했다. 특수기동대(SWAT)가 그의 방에 진입했을 때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의 방에서는 자동소총을 비롯해 18자루의 총과 무더기 탄약이 발견됐다. 그의 집에서도 총 18자루가 추가로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패덕의 자동차에서는 폭발물 제조에도 사용되는 질산암모늄이 발견되기도 했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용의자가 최근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고 주장하면서 배후를 자처했으나 미국 당국은 IS와의 직접적 연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패덕이 범행 동기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동기를 추정할 만한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현지 매체들은 패덕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약 130km 정도 떨어진 모스키트의 한적한 동네에서 거주하고 있었으며, 지금껏 교통법규 위반 외에는 범죄경력도 없는 부유하고 평범한 은퇴자였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이번 범행을 “악(惡) 그 자체”라고 규탄하면서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로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전했으며 오는 4일에 라스베이거스를 찾을 예정이다.

마크 허치슨 네바다 주지사는 패덕이 경찰의 감시대상이 아니었고 IS와 연관성도 없다면서 “이것은 완전히 미친 비정상인의 범행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연합뉴스]


주요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사건은 1일 밤 10시 경 만델레이 베이 호텔 길 건너편 2만2000명의 팬이 운집한 컨트리 가수 제이슨 알딘의 공연 중 일어났다.

공연이 끝날 무렵 갑자기 수십 발의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공연은 중단됐지만 한 번 시작된 총성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목격자 레이첼 케프는 CNN에 “총성은 10~15분 간 계속됐다”고 말했다.

수만 명의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함께 달리던 사람이 총에 맞아 쓰러졌지만 목숨을 구하기 위해선 계속 달려야 했다. 도망치다가 도로에서 자동차에 치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VIP 텐트에서 당시의 혼란을 찍은 러셀 블레크는 WSJ에 “많은 사람들이 출구를 찾아 한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갔는데 막다른 길이었다. 그곳은 살상구역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흩어지거나 도망갈 엄두를 못 냈다. 범인은 군중을 향해 마구 난사했다”고 말했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도 충격에 빠졌다. 사람들은 거리와 인근 호텔 로비에서 한참을 주저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했고 일부는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사막 위에 세운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2일 날이 밝았지만 도로는 여전히 일부 통제됐고 공연들은 취소됐으며 술집은 문을 닫았다. 

[그래픽=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기록됐다.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늘 그렇듯 총기규제론이 재점화되고 있지만 총기규제는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백악관은 총기규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CNN에 따르면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총기규제와 관련하여 "정치적인 논의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미국을 하나로 단결시킬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고, 모든 사실, 다시 말해 어젯밤 일어난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 시점에서 정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작년 대선 기간부터 총기 소지 권리를 강하게 옹호해왔고 미국의 최대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가 트럼프의 지지세력이기 때문에 그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갑자기 총기규제로 마음을 돌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편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슬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지금 정치를 생각하기보다는 NRA에 대항하고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