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빅4 고령화? 시니어급 회계사만 껑충
2017-10-03 09:13
지난해 국내 4대 회계법인이 회계사 인력을 전년에 비해 70% 가까이 늘렸지만, 정작 실무를 맡고 있는 주니어급 회계사들의 수는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니어급 회계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면서 회계법인 조직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일회계법인,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에 재직 중인 공인회계사 수는 총 5172명으로 2015년 말(3101명)에 비해 66.78% 증가했다.
법인별로 보면 삼정KPMG(6.53%)와 EY한영(16.88%)이 인력이 늘었고, 삼일회계법인(-1.29%)과 딜로이트안진(-3.45%)의 경우 줄었다.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 대부분 인력구조는 10년 미만의 회계사들이 전체 인력의 80% 가량을, 일반기업의 임원격인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파트너 회계사들이 나머지 2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이런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경력 10년 미만의 회계사 수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파트너 회계사들이 전체 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 한참 일 할 주니어급 회계사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10년차 이상 회계사는 회사 지분을 가진 파트너가 돼 고액 연봉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퇴사하는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4대 회계법인에서 10년 미만 경력을 가진 회계사 수는 총 4062명으로 전년(3997명)보다 1.6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회계사 수는 1110명에서 1038명으로 6.94% 늘었다.
국내 1위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법인의 인력구조를 보면 10년 미만 경력 회계사 수는 2015년 1524명에서 2016년 1470명으로 1년 새 3.54%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10년 이상 경력 회계사 수는 410명에서 439명으로 7.07% 증가했다.
이 같은 젊은 회계사들의 이탈 현상을 회계 업계에서는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보수, 대기업보다 떨어지는 처우 문제 등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회계 법인이 '수습' 이름표를 떼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한 대형 회계법인 임원은 "회계법인에 등록된 공인회계사는 수습 2년 동안은 반드시 재직해야 하는데 실무를 배우는 3~4년 차 부터 외부에서 인력 수요가 생겨 처우가 좋은 기업 등으로 이직 경우가 많다"며 "반면 10년차 이상 파트너들은 이런 갈등을 견디고 업계에 남겠다고 결심을 한 사람들이라 상대적으로 퇴사하는 비율이 낮다"고 언급했다.
회계부정이 드러나면 모든 책임을 회계사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부담감 등으로 돈을 적게 벌더라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점도 한 몫 한다.
한 대형 회계법인 소속 주니어 회계사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회계감사 시즌에만 분주하고 나머지 기간엔 여유가 있어 버틸 수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엔 회계법인 간 경쟁이 치열지면서 성수기와 비성수기 구분이 없어지는 등 근무 여건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니어 연차 때는 (피감법인에) 오류를 지적해도 고치지 않아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회계부정 사건 등으로 과중한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보다 안락한 일을 찾으려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