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4차 산업혁명] 전문가 진단, "기술개발은커녕 실험 인력조차 부족"

2017-09-28 18:47
4차 산업 '인재 전쟁' 전문가 진단
경직된 조직문화·과도한 규제 발목
창의적 장기비전·롤모델 제시해야

26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빌딩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4차산업혁명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업계에서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한창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가진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재 부족으로 인해 기술 성장이 더디다고 입을 모았다.

◆ 해외유출 등으로 실험 인력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술 개발은 고사하고 기존 기술을 적용하고 실험할 인력 확보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승욱 LG CNS 정보기술연구소 상무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이 세상을 뒤바꿀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며 "관련 전문인력 부족, 기술 적용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 기술의 한계 등으로 새로운 기술 활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신기술을 적용하려고 하면 관련 전문가들이 부족해 전환의 작업이 더디게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이동통신업체 한 임원은 꼭 필요한 최소 인원조차 채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통신사, 전자업계, IT(정보기술) 업계 등 수많은 회사가 관련 인재확보로 경쟁하다 보니, AI를 늦게 시작한 통신사의 경우 인지도가 낮아 채용이 더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보수나 처우 등을 이유로 해외 유수 기업으로의 인재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안성일 지능정보산업협회 선임은 "그간 우리나라는 머신러닝 등 AI 분야 학위를 취득한 인력에 대한 수요 자체도 적었고 처우도 열악했다"며 "연구 환경이나 기회도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부족해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선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계와 업계, 정부의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SK텔레콤 제휴 사례처럼 산업계에서는 AI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며 "다만 전문 인력의 공급이 중소기업에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역할 및 기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정부 “AI 특성화 대학원 신설 등 인재 확보 정책 추진”
유웅환 카이스트 교수는 우리 사회가 인재들에게 장기적인 비전과 롤모델을 제시해야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AI 연구원들에게 자신의 능력치에 부합하면서도 흥미 있는 업무가 주어져야 한다"며 "도전과 실패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한국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직된 조직 문화, 과도한 규제 등이 인재 확보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은 직급 체계에 묶여 연봉이 어느 정도 고정돼 있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며 "경직된 조직 분위기도 인재들이 국내 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이어 "연구원들은 처우 문제뿐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하고 기업이 시키는 일만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며 "구글의 딥마인드나 네이버 랩스, 카카오 브레인처럼 원하는 분야를 적극 연구하도록 밀어주는 일부 조직만 인재를 유지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권용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총괄팀장은 "인력 양성이 AI 활성화를 위해 시급한 문제라는 데 정부도 공감하고 관련 대책 마련에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내용을 총괄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갓 출범했기 때문에 다른 산업과 사회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재 확보를 위한 정책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권 팀장은 "AI 특성화 대학원을 신설하고 석·박사 학위 과정에 인프라, 교육과정 개발, 장학금, 해외연구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대학원 인력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ICT연구센터(ITRC·Information Technology Research Center)'를 인공지능 융합 연구센터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완익 과기부 사무관은 "대학의 R&D(연구·개발)를 지원함으로써 인력양성을 유도하는 등 민간과 협력하는 방안들도 고려 중"이라며 "민간 전문 교육기관을 지정하거나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바우처 사업 등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