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 첫날부터 '날선 공방'...내달 12일 정식재판 시작
2017-09-28 13:52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다음달 12일 열린다.
28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 부회장과 전직 삼성 임원 5명의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주요쟁점과 증거 및 증인조사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조율했다.
정현식 부장판사는 "1심에서 여러 차례 공방이 있었고 증인도 많이 불렀다"며 "항소심에서는 증인 신문보다 법리다툼이 주된 진행이 될 것이며, 주2회 공판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재판부는 10월 중 세 차레에 걸쳐 양측에서 제출한 항소이유서의 쟁점을 놓고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할 계획이다. 양측이 수 백 페이지에 이르는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만큼 3차례의 기일 동안 항소 이유를 정리하겠단 의미다.
재판부는 "1심에서 논의되던 쟁점이 상당히 많았다"며 "항소이유서 등 쌍방이 제출한 많은 양의 서면을 통해 쟁점과 항소이유를 정리한 후 증거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3차례의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11월 2일부터는 증거조사 및 증인소환이 시작된다.
이날 재판에선 변호인단과 특검측이 시작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양측은 1심에서 증인 요청을 했으나 불응했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증인 신문을 다시 요청하며 다퉜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인 권순익 변호사는 "특검이 정 씨를 '보쌈 증언'시킨 것 때문에 최씨가 증언을 거부했다"며 최씨 증언 거부권 경위를 설명했다. 지난 7월 11일 최씨를 신문하기로 했지만 갑자기 특검이 정씨를 출석시키면서, 이후 최씨가 증언을 거부해 이 부회장의 무죄를 밝혀내는데 삼성측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취지다.
이에 특검은 "변호인 측의 매우 모욕적인 보쌈 증언 발언에 대해 유감"이라며 "최씨 증언거부권 행사가 정씨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또 삼성측은 덴마크의 말 중개상이자 정씨의 승마코치였던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을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이외에도 최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포함해 10여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변호인단의 증인 신청에 대해 특검은 "1심에서 충분히 신문한 증인을 다시 부르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삼성측 권 변호사는 "해당 증인들을 1심 때 장시간 신문한 것은 맞지만 특검이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우리는 제대로 신문하지 못했다”며 “변호인 명예를 걸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특검이 1초라도 (신문 시간이) 짧은지 1심 때 기록을 확인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의 신경전이 20여 분 동안 계속되자 재판장이 나서 "그만하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한두 마디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로 끝나야지 계속 공방이 오가는 것은 앞으로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양 측이 공통으로 신청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여 마지막 기일에 둘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또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안드레아스 등을 포함해 총 6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박 전 전무와 김 전 차관에 대해서는 증인채택을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