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베트남 카드사 인수로 매각설 종지부

2017-09-28 14:26

롯데그룹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수년간 공 들여 건설한 초고층 복합쇼핑단지 '롯데센터 하노이' 전경. 중국에서 퇴출당한 롯데는 베트남을 글로벌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사진=롯데자산개발 제공]

롯데카드는 28일 베트남 카드사인 '테크콤파이낸스'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이로써 매각설에 휩싸였던 롯데카드가 한숨 돌리게 됐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 매각이 불가피했지만, 롯데가 베트남 신용카드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매각설을 단번에 잠재운 것이다.

문제는 롯데지주가 공정거래법 상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롯데그룹 내에서 누가 롯데카드의 주인이 되느냐다.

◆ 떼려야 뗄 수 없는 ‘유통’과 '카드'

롯데는 전통적으로 유통 강자다. 백화점, 마트, 슈퍼, 제과 등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 재계 순위 5위까지 올랐다. 이처럼 유통업을 기반으로 커온 롯데에게 카드 사업은 버릴 수 없는 분야다.

유통업과 신용카드는 '소비'라는 공통점을 가진 분야이기 때문에 상호 시너지 효과는 상당히 크다. 실제로 롯데백화점‧마트‧아울렛 주이용 고객은 롯데카드 발급률이 높고, 롯데카드 고객은 무이자‧할인 등의 혜택이 많은 롯데의 점포를 찾는 경향이 높다.

롯데는 이같은 시너지를 찾기 위해 베트남에서도 신용카드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롯데는 현재 베트남에서 롯데마트 13개점, 롯데백화점 2개점, 롯데리아 208개점, 롯데호텔 2개점, 롯데시네마 23개관을 운영 중이다. 홈쇼핑 사업도 진행 중이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서 '철퇴'를 맞은 롯데로서는 베트남은 사실상 글로벌 사업의 전초기지나 마찬가지다.

베트남에서도 유통업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보니, 한국과 마찬가지로 신용카드업에 대한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롯데는 베트남 신용카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테크콤파이낸스' 지분을 100% 인수하며, 베트남에 진출한 유통법인과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신동빈의 애착 '롯데 금융사

롯데가 카드계열사를 외부 매각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신동빈 회장이 금융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동빈 회장은 사회 초년병 시절 노무라 증권에 근무하며 금융의 중요성을 알게됐고, 애착을 갖는 분야다.

애착을 갖는 만큼 CEO들도 최측근으로 중용했다. 지난해까지 롯데카드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채정병 사장은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로 유명하다. 롯데카드 대표이사를 맡기 전 10년 동안 롯데정책본부 지원실장(사장)을 맡은 바 있다. 롯데정책본부는 그룹내 최고 조직으로 알려져 있고, 그동안 신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맡아왔다.

최근까지 롯데캐피탈을 맡은 고바야시 마사모토 사장도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는데 막후 지휘를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일 롯데간 자금책으로 알려질 만큼 신 회장에게는 누구보다 중요한 인물이다.

롯데 관계자는 "사실상 롯데의 금융회사를 맡아온 인물들이 신 회장의 최측근이었다"며 "이는 신 회장이 금융사업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 롯데 떠나지 않는 ‘롯데카드’

신 회장의 애착이 담긴 롯데카드는 베트남 진출을 선언하면서 매각설을 완전히 잠재웠다. 신 회장이 글로벌 전초기지인 베트남 진출을 결정할만큼 카드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그룹 내 계열사에 지분을 매각, 그룹에 울타리 안에 남을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하다.

내부 매각을 통한 방안으로는 신동빈 회장의 개인 지분 취득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형제의 난'으로 재판을 진행 중인 신 회장에게 과연 현금 동원 능력이 있느냐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지주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율을 높이는 데 실탄을 써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쉽지 않다.

중간금융지주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간금융지주사법이 국회에서 6년동안 논의 중인데다, 문재인 정부에 친기업 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또 하나는 지주 체제에서 벗어나 있는 호텔롯데로의 매각이다. 하지만 롯데의 완벽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서는 호텔롯데와 롯데그룹의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어, 호텔롯데로 매각되더라도 향후 똑같은 고민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롯데카드 주인은 베트남 통합법인?

롯데는 중국에 진출한 후 사업을 확장하면서 총괄법인인 중국롯데를 설립했다. 중국 내에서 덩치가 커지자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았다. 중국 합작법 때문에 중국롯데가 백화점‧마트 등 계열사의 지분을 갖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사업의 정점에서 총괄 역할을 해왔다.

중국 사업 철수로 베트남 시장이 더욱 중요해진 롯데 입장에서는 중국롯데와 같은 베트남 총괄법인 설립이 유력해지고 있다. 베트남 내에서 올해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을 봤을 때 향후 기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허브 역할을 충분히 해줄 것으로 롯데는 기대하고 있다.

현재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리아, 롯데호텔, 롯데시네마, 롯데홈쇼핑 등 현재 6개 법인이 진출해 있고 카드사업까지 펼치는 상황에서 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결국 롯데카드의 '테크콤파이낸스' 인수는 카드사업 기지를 해외로 옮기기 위한 전초 작업이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중국은 합작법 때문에 총괄법인인 계열사의 지분을 갖지 못했지만, 베트남의 경우는 다르다. 베트남 총괄법인이 롯데카드의 지분을 사들이게 되면, 한국롯데의 지주사 전환 작업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 내 한 관계자는 "한국 롯데 내에서 매각이 사실상 쉽지 않다면 해외에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카드업계 최초로 베트남 카드사의 지분을 100% 인수한 것은 롯데카드를 베트남에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