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칼럼] 초빙논설위원·전 주호주대사 한반도의 운명

2017-09-28 20:00

[김봉현칼럼]

 

[사진=김봉현 초빙논설위원·전 주호주대사]


한반도의 운명

북한이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가 핵전쟁의 위기로 치닫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우려는 9월 19일 유엔총회에서 행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과 이에 대응하는 김정은의 성명, 그리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9월 23일 유엔 연설로 더욱 고조되었다.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국제정치적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대부분의 경우에 좌절로 끝났다. 역사적인 큰 사건들, 예컨대 1차 대전, 2차 대전은 물론, 독일 통일 또는 소련 붕괴의 시점을 제대로 예측한 정치학자들은 별로 없다. 경제학에서도 인간들의 행동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929년 미국의 대공황,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버블’로 인하여 발생한 세계적인 금융위기 등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였다.

이렇게 인간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데 실패하는 것은 인간은 합리성에 기반을 두고 선택한다는 기본전제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제학자 로버트 슐러는 ‘동물적 감각(Animal Spirits)’이라는 책에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졌던 튤립 파동, 즉 튤립 한 송이 가격이 집 한 채와 동일하게 급격한 상승을 보일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을 못하였는데, 이는 바로 인간의 감정적 선택을 고려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한편, 인간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해도 주어진 정보가 잘못되었거나 편견과 선입견에 의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 1941년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하기로 결정한 것은 감정적 선택이 아니었다. 또한 1950년 김일성의 남침도 감정적 선택은 아니었다. 모두 합리적 판단을 하려고 하였는데 판단의 오류가 생긴 것이다.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누구나 감정적 선택의 가능성이 있고,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하였지만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1991년 당시 북한 핵 개발 초기에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수단으로 핵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고, 북한에 좋은 보상을 해주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1994년 미국과 북한이 제네바에서 소위 ‘제네바 합의(Geneva Agreed Framework)’에 이르렀을 당시에는 그 예측이 옳았다고 믿었다. 나아가서 2005년 9월 9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선언에 합의하였을 때만 하여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을 더욱 믿게 되었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가 휴지가 되어버린 지 15년이 지났고, 9·19 공동 선언의 빛이 바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김정은은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통하여 북한의 핵능력을 과시하였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거의 완성 단계에 도달하였다. 지금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만의 하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폐기한다고 해도 일단 한번 확보한 핵과 미사일 능력과 기술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의도에 대한 예측에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는 북한이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예측불허라고 믿고 싶지만 북한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합리성에 기반을 두고 행동하고 있다. 그 기반은 김정은 체제의 생존, 번성 그리고 개량이다. 리처드 도킨스 교수가 제시한 이기적 유전자의 3종 세트에 충실할 뿐이다.

만일 김정은이 감정적인 선택을 한다면, 김정은의 다음 행동을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3종 세트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제 아무리 천방지축이어도 핵과 미사일을 미국이나 한국을 향해 먼저 사용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예측할 수 있다. 전쟁을 해도 이길 가능성이 없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미국도 합리적 사고를 한다면 먼저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이 평화에 대한 위협을 구성한다는 점을 내세워 유엔헌장 7장에 근거하여 안보리의 승인을 받아서 군사행동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안보리 승인은 중·러가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효용성이 없다.

그러나 미국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는 경우 유엔 헌장 51조에서 인정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자위권 행사에는 유엔의 승인이 필요 없다.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이 “미국은 한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군사작전을 할 능력이 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자위권 행사에는 매우 엄격한 조건이 따른다. 북한은 미국의 자위권 행사 요건이 미국의 레드라인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자위권 행사 요건에 걸려들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자위권 행사 이전에라도 중국과 합의 하에 김정은에 대한 참수작전을 감행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를 제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하면 못할 것이 없는 세상이다. 중국은 북한이 자국의 영향력 하에 계속 남아 있도록 미국이 동의해 주면 김정은 제거에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한반도의 운명, 그리고 북한의 운명은 김정은이 이러한 점을 합리적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