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인터뷰①] 조성하 “‘구해줘’ 백정기, 세월호 사건 유병언 모습 차용…모두들 뜨거웠다”
2017-09-26 00:00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배우다. 중견배우의 연기는 한계에 부딪힐 거라는 편견과 선입견을 과감히 깨트린 이 배우를 두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하는 말이다. 배우 조성하(51) 이야기다.
지난 24일 종영한 OCN ‘구해줘’에서 두 얼굴의 사이비 교주, 구선원 교주 영부 백정기 역을 맡은 그를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가 만났다.
극중 빈틈없이 하얀색으로 염색한 머리와 서늘한 카리스마가 녹아있던 표정과 눈빛 대신 세상 따뜻하고 인자한 미소로 맞이한 조성하는 하얀색 머리 염색으로 백정기를 소화한 소감에 대해 “어떻게 예쁘게 보일까 생각했었다”라며 웃었다.
그는 “주변에서는 다들 그런 캐릭터를 처음 본다고 하더라.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흰색으로 치장하고 나온 캐릭터는 역사상 없지 않았느냐. 처음 만나는 캐릭터와 인물이고, 사이비 종교도 드라마에서 처음 다루는 소재였다”면서 “제가 처음 작품을 읽자마자 감독님과 작가 선생님을 만나 먼저 흰 머리를 하겠다고 제안을 했었다. 의상 역시 흰 옷에 흰 구두, 액세서리까지 디자인을 제작하고 준비했었는데 유치할거라 생각했지만 잘 봐주셔서 다행인 것 같다. 사실 제가 크게 악행을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저를 보면 무서워들 하시니까, (헤어 및 의상의)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간의 연기 경력을 통해 조성하에게 주어진 캐릭터만 해도 어마어마 할 터. 그럼에도 이번 백정기 역할에 대한 애정과 열의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달랐다. 왜 굳이 흰 머리를 고집했을까.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유병언이라는 사람을 보면서 강하게 이미지가 남았던 것 같다”던 조성하는 “흰 머리에, 흰 양복을 입고 그 많은 군중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유병언의 저 모습을 써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마침 ‘구해줘’의 책을 딱 읽었는데 외형의 이미지를 차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흰 머리, 흰 양복, 흰 구두, 그리고 세월이 점점 진행되면서 흰 눈썹과 피부톤 역시 더 하얗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하얀색 스타일링(?)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이어 “남들이 볼 때는 사이비 종교지만 또 극중에서는 순백, 순수, 순결을 대변하는 이미지 마케팅을 이해서라도 껍데기를 자꾸 덧씌웠다. 사람들을 착각에 빠지게 하는 것도 있지만 스스로도 자기를 신격화하려는 집착, 좀 외향적으로 보이게 하는 모습을 생각해서 만들어 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영부 백정기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수십년의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그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역할이었다. 드라마가 끝날 때 까지 백정기는 조성하를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하게 만들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사이비 종단에 대한 자료 영상들을 많이 봤지만 극중에서 예배 시간에 집도하는 장면들은 A4용지 다섯 장 여섯 장이 된다. 책 페이지 수로 따지면 20몇 장이 되는 분량이다. 그게 매 회 나오는 장면인데 어떻게 신도들을 부흥시키면서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이냐가 고민이었다. 그런 부분은 일반 교회의 목사님들의 예배 시간의 연설법과 화술, 화법들을 보고 준비해야겠다 싶더라. 그래서 연구하고 그런 쪽으로 더 믿음을 줄 수 있는 연구와 표현이 필요했다. 사실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마지막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대본에 몰두해 그 장면들을 연구하고 그려내는데 시간을 다 보냈던 것 같다.”
일반 교회의 목사님들의 설교 장면과 말투 등을 연기에 차용했다고 해서 대뜸 들었던 생각은 실제 기독교인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지 않았을까였다. 그런 조심스러운 질문에 조성하는 “기독교인 분들은 도리어 저를 보시고 ‘주변의 목사님과 비슷하다’ ‘교회를 다니시느냐’라는 질문들을 하시더라. 옆에서 본 듯한 캐릭터라는 말씀들을 해주셨는데 그게 칭찬으로 들리더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사이비 종교에 빠진 분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똑같은 인간이다. 똑같이 느끼는 점이 비슷하다는 점인데 생각 하나 차이로 사이비로 빠지고 안 빠지는 게 결정되는데 기본적으로 자신이 사이비 종교를 믿는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며 “보통, 많은 사랑을 베푸는 기독교 단체들과 똑같은 표현법들을 쓰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사이비 종교를 구분하기 힘들다고 한다. 사이비라고 해서 무당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말투와 사랑이 가득한 말투로 접근하기 때문에 그들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그 대신 내가 약점을 보이고 있을 때 훅 들어와서 진정성 있는 기독교 단체와는 다른 것을 착취하는 단체가 사이비 종교라고 생각한다. 겉모습은 똑같을 수 있으니 구분도 필요하지만 그런 것들을 기본으로 해서 이 역할을 준비했다”고 웃었다.
작품을 통해 사이비 종교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를 했던 조성하는 “충분히 나도 사이비 종교에 빠질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힘들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하지 않느냐. 힘들 때 다가와서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안 빠지겠느냐”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구해줘’는 많은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특히 드라마 초반 극중 임상미의 오빠가 죽은 뒤 교주 백정기가 장례식장에 찾아온 장면은 많은 화제가 됐다. 어떤 심정으로 장면을 표현하려고 했을까.
“처음 만난 사람이 너무 과한 친절을 베풀어도 불편하지 않느냐. 하지만 그런 과한 친절이 어디까지 수용되고 용납될것인가 가장 중요했다. 상미는 이성이 있는 입장이고 상미의 아버지 역할을 한 정해균 씨의 역할은 맹목적으로 빠지게 되는데, 장례식장에서 온전히 빠지게 된다. 백정기가 상미 아빠의 마음을 온전히 얻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그 역할을 끌고 가는 단초가 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성이 없어 보이면 살수가 없다. 정말 마음을 다한 것처럼 연기를 잘하는 백정기를 상미는 눈치를 챘고, 아빠는 (사이비에) 빠져들게 되는 함정이 되는 거다. 그래서 그 장면은 정말 시작이고 끝까지 연결이 되는 연결고리인데 굉장히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도 그 장면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시간 투자도 많이 했다. 하물며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해서 재촬영까지도 다시 한 번 해 완벽한 장면이 되도록 노력했다. 긴 대사를 재촬영하지 않고 싶은데 다시 하자고 하니까 힘이 없더라.(웃음)”
‘구해줘’는 조성하와 박지영, 조재윤, 윤유선 등 베테랑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에 옥택연, 서예지, 우도환 등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가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특히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 소감에 대해서는 첫 대본 리딩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첫 리딩 현장이 굉장히 임팩트 있었다. 첫 리딩 때 저는 대본을 전전날 받아 연습을 많이 못했는데 예배 장면이 있고, 감정을 안 올릴 수가 없겠더라”며 “감정을 좀 올려줘야 비슷한 느낌을 전체가 받을 수 있는데 제가 첫 리딩을 시작하자마자 너무 열정적으로 리딩을 했고 후배들이 너무 깜짝 놀라더라. 저렇게까지 실제 현장에서 같은 느낌으로 리딩을 할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갑자기 리딩에 불이 붙어 엄청 뜨거웠던 첫 모임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촬영 현장에서 다시 만났는데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열심히 준비를 해와서 현장의 매 순간이 불꽃 튀는 현장이 됐다. 서로의 숨소리 하나까지도 잡아채는 훈련들을 했더라”며 “마지막까지 아마 모든 연기자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단합할 수 이는 힘이 한 마음으로 작품에 대한 일념으로 모아지니까 단합이 더 잘되고 유대감도 좋았던 것 같다. 불평, 불만 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며 뜨거웠던 현장에 대해서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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