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블랙리스트, 문화야만국의 치부 드러낸 것"
2017-09-25 15:41
25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찾아 조사 신청
방송인 김미화 씨도 신청…"적폐청산 위해 다시 언론이 바로 서야"
방송인 김미화 씨도 신청…"적폐청산 위해 다시 언론이 바로 서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소설가 황석영(74)씨와 방송인 김미화(53)씨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를 직접 찾아 조사를 신청했다.
황 작가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빌딩에 마련된 진상조사위 사무실을 찾아 조사신청을 한 뒤 "20세기에는 야만적인 사건이 그래도 합법적인 제도 안에서 공산주의자로 몰고 그랬다. 21세기에 똑같은 일을 벌이면서 사실은 더 치졸하게 교묘한 방법으로 뒤에 숨어서 은밀한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모해한 것"이라면서 "문화야만국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극우세력에게 광주항쟁 기록과 방북으로 낙인찍힌, 블랙리스트조차 필요없는 불온한 작가로 지목된 지 오래돼 일상적인 일이려니 하면서 당해오다가 정권이 바뀐 지금에 와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게 구차하고 치사한 생각이 들었지만 최근 속속 드러나는 예를 보면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황 작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관리와 억압이 노골화했다"고 비판했다. 그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작가회의 성명서를 대표로 발표한 뒤 청와대에서 교문수석과 외교안부수석이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으며 당시 ‘님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개작에 관한 글을 쓸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했던 파리도서전 행사 때도 황 작가는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당시 한국문학번역원 측은 황 작가를 도서전에 참석시키기 위해 행사 조직위에 연락했고, 결국 그는 파리로 이동했다. 그 자리에서 황 작가는 주빈국임에도 문체부 장관, 문화원장 등이 행사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황 작가는 "이후 문체부 측에서 '황석영을 참가시킨 자가 누구냐'며 번역원을 추궁해 실무직원이 시말서까지 써야 했다"며 "곤욕을 치른 번역원 실무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블랙리스트 전모가 드러나자 ‘특검에 달려가 모든 걸 말하고 싶었다’며 내게 소회를 밝혔다”고 회상했다.
그가 특히 불쾌감을 느꼈다는 대목은 국정원이 작성한 서류들에 초기에는 ‘좌파 연예인’으로 표현됐다가 나중에는 ‘수용불가 김미화’라고 적혀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KBS, MBC를 비롯한 여러 방송사부터 방송사 간부, 경제인협회, 방송 관련 단체, 광고사, 정부 유관기관들, 지방행사까지 김미화의 모든 활동 자체를 못하도록 한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며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는 내용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국정원이) 청와대와 교감을 했고 방송사 간부들과 교감을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정말로 이런 사실이 있었으면 사과를 하시고 적폐청산 위해서 다시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7월 말 출범한 진상조사위는 애초 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한 블랙리스트 사건의 진상조사를 목표로 했으나, 최근 MB 블랙리스트가 확인되면서 조사 대상을 넓히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진상조사위는 "배우 문성근 씨를 비롯해 권칠인, 변영주, 김조광수 감독 등 영화인들이 추가로 조사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