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 대몽골 시간여행-56] 인간 칭기스칸의 매력은? ①

2017-09-28 10:47

[사진 = 배석규 칼럼니스트]

▶ 칭기스칸이 선택한 것들

[사진 = 고향을 바라보는 칭기스칸]

칭기스칸의 군대가 성공적으로 세계를 정복하고 세계제국을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들은 인간 칭기스칸이 스스로 선택한 것들이다. 그러한 선택은 칭기스칸이 지니고 있는 성격과 기질, 생활태도 그리고 기본적인 정서가 그 밑바탕이 됐다.
 

[사진 = 유목민, 말길들이기]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거대한 드라마의 탄생은 이를 엮어 낸 주인공 칭기스칸의 인간 면모를 살펴보지 않고서는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무언가 부족한 듯하다. 인간으로서의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은 이미 살펴 본 그의 일생 속에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 "소박함으로 돌아가 절제 모색"
"텡그리(하늘: 몽골 최상의 신)는 중국의 지나친 사치에 환멸을 느낀다. 나는 소박함으로 돌아가 한 번 더 절제를 모색한다. 나는 황량한 북방에서 태어났고 양치기나 말치기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는다. 또한 재화도 함께 나눠 갖는다. 나는 백성들을 갓 태어난 아이들처럼 생각하고 병사들을 내 형제처럼 생각한다. 백 번의 전투에서 나는 늘 선두에 섰다. 7년 간 나는 큰일을 했다."
 

[사진 = 장춘진인 서역도]

칭기스칸이 도교의 장춘진인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이 속에 인간 칭기스칸의 면모와 생활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어느 정도 들어 있다.

▶ 소박․검소한 생활태도, 민주화의 출발점

[사진 = 칭기스칸 초상화]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태도! 그 것은 칭기스칸이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일관되게 견지해온 생활태도였다. 자신이 말한 대로 칭기스칸은 세계의 군주자리에 오른 뒤에도 병사들이나 백성들과 거의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잠자리에 들었다. 반면 화려한 궁정의식 같은 것은 즐겨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삶의 절반 이상을 야전의 전쟁터에서 보내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병사들에게 드러내 보였다. 그러한 칭기스칸의 모습은 병사들의 마음속에 존경받는 군주로 각인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칭기스칸의 생활태도는 조직의 민주화를 이루는 출발점이었다.
 

[사진 = 몽골 씨름선수]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군대, 엄격한 규율을 지닌 군대로 알려진 칭기스칸의 군대가 예상외로 당시의 군대로서는 가장 민주화된 군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민주적인 조직 운영은 그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칭기스칸은 그 것을 수용하는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앞장서 이끌어간 인물이었다.

▶ "과도하게 높여 부르지 마라"

[사진 = 칭기스칸 석판상(다달솜)]

칭기스칸이 아랫사람들에게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대해 언급한 대목을 보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상하간의 호칭은 상호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윗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높여 부르는 것, 그 것은 호칭을 통해 상하간의 관계를 엄격히 구분하고 윗사람의 권위를 높여주는 방편으로 사용돼 왔다는 것은 어느 시대에서나 마찬가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에게 붙이는 호칭에서 '각하'라는 말이 사라진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그 것도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민주화 시대를 연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대통령 선거전에서 공약으로 제시된 뒤의 일이다.
 

[사진 = 음식 나누는 몽골인]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는 대통령의 호칭 뒤에 '님'자를 붙여서 사용하면서 어느 정도 호칭이 굳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라고 부르는 서구의 경우와 뉘앙스에서 아직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과거 '각하'라는 호칭에 비해서는 거부감을 상당히 줄여 놓은 것은 사실이다.

▶ 쌍방향 대화 막는 권위주의적 호칭
권위적인 호칭은 상하간의 엄격한 구분으로 외형적인 권위를 살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간의 간격을 좁히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서로의 의견 교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쌍방향 대화를 원활하게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사진 = 몽골 수험생(몽골 국제대학)]

아직도 윗사람의 일방적인 지침만 있고 아랫사람의 정당한 의견제시를 윗사람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질타하는 적지 않은 조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조직은 발전이 더디고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 "이름과 직위를 높여 부르지 말라."
이러한 것을 논리적으로 따진 것은 아니겠지만 칭기스칸은 자신의 호칭을 편하게 자유스럽게 부르도록 만들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가져온 무형적인 이익은 상당했다.
"이야기 도중 나의 이름과 직위를 지나치게 높여 부르지 말도록 하라. 칸의 이름도 다른 사람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를 수 있도록 하라"고 그는 명령했다.
 

[사진 = 다달솜(칭기스칸 고향)]

이러한 조치는 군주와 아래 사람 사이에 자유로운 대화를 가능케 만들어 사안 사안마다 많은 사람의 의견이 집약된 효과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