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차이나 아카데미] 사드 톺아보기

2017-09-25 11:15
중국인의 양대 특성… '체면'과 '관시'로 보는 사드
韓 사드 배치로 中 역린 거드려

[강효백 경희대 법학과 교수]

“너는 내게 모욕감을 줬어”  <영화 '달콤한 인생' 대사>
“박근혜는 내게 모욕감을 줬어” <지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마음>

최악의 상태는 종종 최상의 상태에서 나오는 법인가? 최상의 상태라던 한·중 관계가 왜 지경이 됐는가? 한·중 관계가 파탄의 급물살을 탄 변곡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3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톈안먼(天安門) 망루에서 백치미의 찬란한 미소를 짓는 순간부터다.

그때부터 미국은 '한국이 미·일을 버리고 중국을 택하려는가'하는 의구심이 촉발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배치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은 모욕감에 치를 떨기 시작했다.

현대 중국의 석학 린위탕(林語堂)은 중국은 멘즈(面子·체면)· 보은· 복수, 3대신(大神)에 의해 지배된다고 말했다. 중국인은 체면을 위해서는 은혜든 원수든 한 번 지면 반드시 갚기 위해 산다는 말이다.

중국인의 특성을 집약하는 양대 키워드는 ‘체면’과 ‘관시’(關係)다. 

체면은 관시보다 우선한다. 관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자기를 중심으로 한 상대방과의 체면의, 체면에 의한, 체면을 위한 중국 특색의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다.

체면의 본질은 자존심이다. 중국인은 세계 역사상 자존심이 가장 강한 민족으로 정평이 나있다. 중국인은 스스로를 '용의 후예'라고 자부한다. 용은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온순하지만 용의 목 아래에는 길이가 한 자나 되는 거꾸로 난 비늘 역린(逆鱗)이 한 장 있다. 만일 이를 건드리는 자는 용에게 죽음을 당한다.

중국인과 접촉할 때 우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러한 중국인의 역린, 중화사상에 기반한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 중국인에서도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지역인은 중국 역대 10개 왕조의 도읍지이자 최고의 황성옛터 시안(西安)사람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바로 시안 출신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최대 역린은 자국의 제1주적 일본과 친해지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처럼 주로 북쪽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동쪽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일본 군국주의 팽창을 막아주는 방파제가 되길 바라고 있으며, 한국이 일본과 함께 자신을 찌르는 비수가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 일본과 밀접한 기업인 롯데가 사드 부대 부지를 제공한 성주는 더욱 공교롭게도 중국과 일본의 중심부를 동서로 잇는 정중앙에 위치한다. 푸젠성 미사일 예비사단 최고지휘관(1996~2002)을 7년이나 역임한 강력한 반일주의자 시진핑 주석은 사드를 북한의 미사일공격으로부터 남한 방위를 핑게 삼아 단기적으로는 중국 동향을 감측하고 장기적으로는 자국의 대일본 공격 방위 목적의, 일본을 위한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사드 배치보다 시진핑을 더욱 펄펄 뛰게 하는 건 박근혜가 자신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모욕감이다. 톈안먼 망루에서 자신의 왼편 옆에 서게 하는 등 극진히 대했던 그가 중국의 철전지 원수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쌍수를 들어 반기는 사드 배치를 비롯해 위안부 협상, 일본군함 진해항 입항,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일련의 친일반중 정책 전환으로 중국을 찌르는 비수가 돼 자신과 중국에 말할 수 없는 모욕감을 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억해야 한다! 중국은 한·미 동맹은 참아도 한·미·일 동맹은 참지 못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