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차이나 아카데미] 한국에 ‘강(江)’은 없다.
2017-06-09 07:00
江과河의 차이점…長江은 유량변화 적고 잔잔해…黃河는 유량 불안정해
우리나라의 강은 江보다 河에 가까워
2008년 금융위기 속 4대강 정비 나선 한국
철도건설 사업 착수한 중국과 극명한 대조
우리나라의 강은 江보다 河에 가까워
2008년 금융위기 속 4대강 정비 나선 한국
철도건설 사업 착수한 중국과 극명한 대조
필자가 '설문해자'(說文解字)와 ‘사해’(辭海)를 뒤적여보고 지셴린(季羨林 1911~2009) 베이징대 종신교수 등 세계적 비교언어학자에게 직접 자문을 들어 어렵사리 구한 정답은 이렇다.
"강과 하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장강'과 '황하'가 됐다. 장강의 수량은 일년 열 두달 한결같고 물줄기의 흐름, 즉 수류(水流)도 백년전이나 천년 전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송화(松花)강, 흑룡(黑龍)강, 주(珠)강처럼 항상 평온한 군자처럼 장강의 특성을 닮은 물줄기를 강이라고 부른다. 장강과 반대로 황하의 수량은 여름에는 홍수가 연중행사이며 겨울에는 강바닥이 말라붙고 수류도 과거 천년 동안 1500차례나 변해왔다. 이를테면 요하(僚河), 회하(淮河), 해하(海下) 같이 수량과 수류의 진폭이 커 변덕이 죽 끓듯 한 물줄기를 일컬어 하라고 한다. "
중국의 조상들은 이렇게 고삐풀린 망아지 같은 하(河)의 고삐를 다잡으려고 수천년 세월을 한결같이 단결해 분투했다. 그러면서 동방의 찬란한 문명을 낳게 된 것이다. 결국 중국 문명은 '안정의 강'보다 '변혁의 하'의 유즙을 먹고 자라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중국의 '강'과 '하'는 물줄기의 대소장단이나 동서남북의 위치에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안정이냐, 변혁이냐' 그들의 캐릭터에 달려있다. 자연일지라도 그것을 다시 특성에 따라 세분하는 취향은 어쩌면 중국문명만이 가지는 아이덴티티가 아닐까라는, 꽤 흥미로운 생각이 긴 물줄기를 이루며 흘러간다.
현대 전문용어로 말하면 황하처럼 하상계수(하천의 최소 유수량에 대한 최대 유수량의 비를 말하는 것으로, 수치가 클수록 하천 수량의 변화 상태를 의미하는 유량 상황이 불안정함을 의미)가 높은 하천은 하라 하고, 장강처럼 낮은 하천은 강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주요 하천의 하상 계수를 살펴보면, 한강 1 : 393, 낙동강 1 : 372, 금강 1 : 299, 나일강 1 : 30, 장강 1 : 22, 라인강 1 : 8, 콩고강 1 : 4 등과 같다.
유량 상황이 안정된 라인강과 장강은 내륙수운 교통, 즉 운하가 발달할만한 여건을 갖추었기에 강다운 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하천의 유역 면적이 좁고, 여름철 집중 호우로 강수량의 계절적 변동이 크고, 홍수·가뭄 등으로 인한 자연 재해의 발생이 많은 우리나라의 강은 엄밀히 말해 강다운 강은 아니고 하(河)일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중국의 후진타오 지도부는 경기 활성화, 물류혁신, 고용창출, 일일 생활권화를 위해 약 800억 달러(약 90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고속철∙지하철·광역철도 등 '삼철'(三鐵) 건설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16년 말 현재, 중국은 총연장 1만7500㎞의 고속철 노선을 운행 중이거나 2020년까지 개통 예정이다. 중국은 이제 만만디가 아니라 ‘콰이콰이'(快快)다. 그것도 '여유만만한 콰이콰이'다.
이와 반대로 2008년 우리나라 이명박 정부는 당초 ‘한반도 대운하’를 ‘4대강 재정비’로 명칭만 바꿔 ’느림의 미학‘, ’4대강에 1000만 중국 관광객유치’ 운운하면서 적게는 22조원, 많게는 1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혈세를 4대강에 쏟아부었다.
후세 역사는 이처럼 극명하게 대조되는 한∙중 양국 위정자의 행태와 국가재원의 용처(用處)가 한·중 양국의 흥망성쇠 명운을 가른 변곡점의 하나로 기록할 것 같아 몹시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