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블랙리스트' 판결 'MB 재판'은 어떻게
2017-09-24 17:46
1심 마친 김기춘·조윤선 항소심
박근혜 재판 결과도 모두 맞물려
박근혜 재판 결과도 모두 맞물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하면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에 다시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결국 각 부처 및 대통령 직속기관의 업무와 관련해 대통령, 장관, 수석 등이 어느 선까지 책임이 있는지 여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1심을 마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은 물론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 역시 향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사 및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박원순 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국정원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박 시장은 당시 입장발표문에서 “‘박원순 제압 문건’은 저와 제 가족뿐만 아니라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서울시민을 향한 제압이었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국 상황에 일희일비해서 대응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그런 것을 보고받고 지시할 정도로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재임 시절 금융위기 극복과 원전 수주 등을 위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해선 블랙리스트 실행의 ‘정점’에 있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와 관련, 그 시작점부터 김 전 실장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전 실장이 2014년 1월 당시 박준우 정무수석과 신동철 소통비서관 등에게 정무수석의 주관 하에 부처별 보조금 지원실태의 문제점을 점검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라고 지시한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기춘은 보조금 TF 활동을 통해 좌파나 정부에 반대하는 개인·단체에 대한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게 하고, 그 배제 기준과 실행방안을 수립하게 했다”며 “김기춘의 지시와 승인에 따라 청와대와 문체부를 통해 문예기금 등 지원사업 배제가 실행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 전 장관에 대해선 지원배제 행위에 구체적으로 관여한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신동철 당시 소통비서관에게 민간단체 보조금 TF의 활동 결과를 개략적으로 보고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신 비서관이 ‘좌파나 정부 반대 단체의 명단을 검토해 지원을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보고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즉 1심 재판부는 ‘수장’이라는 직책의 무게보다는 구체적으로 위법행위를 지시하거나 이를 승인했다는 정황 여부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같은 쟁점으로 법적 공방을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박원순 제압문건’ 외에 이명박 정부에서도 문화계 인사들의 블랙리스트 논란이 있었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었다”면서 “국정원이든 개별 부처 업무든 당시 정부에 의해 정책으로 채택되고 운영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위법행위가 작동되고 있었던 것을 대통령이 몰랐다는 것도 직무유기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단순히 업무를 보고받은 것만으로 그 업무가 위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 알았다고 볼 수 없다’는 1심 재판의 논리가 대통령과 국정원의 관계에서는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약탈경제반대행동 운영위원 이민석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은 국가기밀을 다루는 정권의 핵심이다. 대통령이 업무 보고를 대충 받았다거나 내용을 몰랐다고 볼 수가 없다”면서 “문체부와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업무가 인정될 정도면 국정원과 청와대의 연관성은 더욱 뚜렷한 것이다. 업무 보고를 받을 당시 당장 중단시켰어야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