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에 갇힌 환율] "4분기 1100~1130원대 흐름 전망"
2017-09-25 06:00
올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은 1100~1130원대의 박스권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할 소재가 소멸됐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당분간 1100~1130원 사이의 제한된 범위에서 움직일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5년 이후 처음 맞는 박스권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올해 들어 환율이 1200원 선이 무너진 후 1100원 선에서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건 미국 경기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아울러 유로존을 중심으로 주요국의 경기가 개선됐고, 프랑스 대선 이후 유로존이 해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해소됐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달러화를 둘러싼 경제 및 금융환경은 개선되고 있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2%에서 7월 1.3%로 하락했고, 심리 지표들도 6월을 고점으로 안정세다. 미국의 경우 예상을 웃도는 경제지표가 발표되고 있다.
정미영·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의 정치적 행보가 달러화 상승의 발목을 잡는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세제 개편안과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입법이 관철될지 여부가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이 같은 달러화 약세 흐름은 자국에 유리하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자국 산업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달러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경기 활황, 실업률 하락 등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소지가 크다.
최근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자산매입 축소 발표를 발표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 리스크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FOMC 결과 발표 전 금융시장에서는 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이 커지자 긴축발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거 이 같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시사한 후 긴축발작이 발생했다. 이후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주가, 채권값이 폭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주요국 경기 동반 개선이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과열 양상을 보이진 않는다"며 "이는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기대심리를 지지하는 요인이자 위험자산 상승 랠리와 달러화의 완만한 약세 흐름으로 연결될 것"으로 판단했다.
북한으로부터 비롯되는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외환시장에 위력적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윤찬호 삼성선물 외환전략팀장은 "금융시장은 확률의 시장"이라며 "전면전이 아니면 어떤 경우든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대북 리스크가 달러 강세 재료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상승장에서 추가 재료로 작용할 뿐 핵심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실제 2006년부터 북한발 이슈를 분석한 결과 총 10차례 중 세 번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반면 일곱 번은 하락했다.
학습 효과도 한 요인이다. 수년 동안 반복된 북한 도발로 인해 시장에 내성이 생겼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시적인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는 작용할 뿐 추세적 흐름을 바꾸진 못하고 있다. 최근 북한 도발에 달러화 매수세는 제한되는 데 반해 일시적인 상승을 매도 기회로 여긴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유입되는 추세다.
외환당국이 설정한 임계점 역시 1200원 선 돌파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1200원대에 대한 저항선이 강하게 인식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당국은 1200원 선을 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역외거래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나려고 해도 1200원 선에서 방어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