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5주년 결산] "韓, 평정·인내심 갖고 '中심리전'에 말려들지 말아야"

2017-09-23 06:00
정계·학계·언론계 '중국통' 25인, 한자리 모여 한·중 갈등 해법 제시… 정부 채널 막혔을땐 공공외교 도움
"사드 보복이라지만 대중수출 늘어… 외교 컨트롤타워·싱크탱크 부재"
"미·중에 한국 일관된 메시지 필요… 한국, 대중국 관계서 자신감 중요"

 

‘한·중,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한·중 수교 25주년 결산 포럼에서 25명의 중국 문제 전문가들이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지금처럼 정부 채널이 막혀 있을 때 민간 공공외교가 필요하다.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되찾는 것이 관전 포인트라고 본다. 중국은 한반도가 냉전이라는 ‘감옥’에서 풀려나오는 것이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우리도 새 정부가 들어섰고, ‘역지사지’를 되새겨야 한다. 그렇다고 한 쪽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모양새는 절대 안 된다.”(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국이 과거와 달리 다른 차원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도 흔들리는 동북아 질서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갈등 상황을 맞았지만, 다시 한 번 중국과 새로운 각도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 때가 됐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정운천 바른정당 의원)

올해 한국과 중국은 수교 25주년을 맞았지만, 역대 최악의 양국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김영호·박정·이수혁·이인영(더불어민주당), 김정훈(자유한국당), 정동영(국민의당), 정운천 의원(바른정당·교섭단체·가나다순) 등 여야 ‘중국통’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 최초로 한·중·영·일 4개 국어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아주뉴스코퍼레이션(아주차이나)은 지난 19일 사단법인 한중친선협회와 여야 국회의원들과 함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 관계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중,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수교 25주년 결산 포럼에서 여야 의원들은 공동주최 및 토론자로 직접 나서 한·중 관계의 위기감과 중요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정종섭(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국민의당)도 참석해 교착상태에 있는 한·중 관계의 돌파구 모색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이번 포럼은 여야 의원들을 비롯해 전문가 25명이 총출동해 심도 깊은 토론을 벌였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한·중 관계-신창타이 시대의 도래)를 시작으로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한·중 수교 25주년과 한·중 관계 전망)과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의 부상과 한국 정치·경제의 진로-한·중 수교 25주년 회고와 50주년 전망)가 차례로 주제발표에 나섰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가 예전 수준까지 회복될 수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25년 전 첫 수교를 맺었던 중국과 현재의 중국은 큰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다.

또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중국 정부의 신경제 기조인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에 돌입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평정심과 인내,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좌장을 맡은 정상기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소장은 “우리가 중국을 좋아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중국의 심리전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충의 아주경제 중국어판(야저우징지) 총편집은 한·중 관계에 있어서 자신감을 강조했다. 중국 신화통신사 초대 서울 특파원을 지낸 장 총편집은 “많은 사람들이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를 비교하는데 오히려 인적·물적 등 모든 면에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도 “이익과 자기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중국인과 교류할 때 급하면 안 된다”면서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성철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역시 “사드 사태 극복을 위해서는 한 발짝 멀리 떨어져야 한다”면서 “냉정한 모습으로 문제의 본질을 보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길을 찾아 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의 입장에서도 한국은 쉽게 놓칠 수 없는 전략적 자산”이라며 “미국이 한국의 사례를 활용해 중국의 주변국들을 전부 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중국에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의 외교 컨트롤타워와 국가 차원의 싱크탱크의 부재를 꼽는 지적도 나왔다.

정길호 건국대 초빙교수는 “우리 정부는 한·미·중의 전략 대화를 정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미국과 중국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앞으로 중국의 방향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양면성을 모두 보일 것”이라며 “정부가 대국적인 견지에 너무 매몰될 경우, 중국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은 “중국은 한국에 대한 전략이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중국 전략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항상 대응하고 수습하는 차원에서 머물면 우리는 영원히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산·관·학이 머리를 맞대고 한국의 국가전략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애초에 상황에 대한 인식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전 소장은 “한국이 사드 보복을 당했다고 하는데 올해 7월까지 통계를 보면 대 중국 수출은 오히려 11.5% 늘어났다”면서 “대한민국의 대 중국 수출은 단 한번도 마이너스가 나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전 소장은 “일부 유통, 자동차의 피해를 사드 보복이라고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언론은 ‘코’를 보도하지 말고 정확하게 ‘몸체’를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예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떨어지기 직전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 베트남과 필리핀의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조사관은 “베트남과 필리핀은 남중국해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안보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중국에는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이른바 ‘양방정책’을 잘 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주뉴스코퍼레이션과 초당적 여야의원(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및 사단법인 한중친선협회(회장 이세기)이 함께 주최한‘한·중,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라는 주제의 한·중 수교 25주년 결산 포럼에서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