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전기차 육성 정책, 가격이 성공열쇠?… "구매자 보조금 지원 확대해야"

2017-09-18 11:05

[사진=아이클릭아트]

태국이 아시아 지역의 전기차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으로 인해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높은 가격, 태국 전기차 정책 장애물

18일 태국 영자매체인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 높은 가격이 태국 정부의 정기차 정책을 제약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오는 2025년 태국 시장에서 상업용 전기차가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 정책이 전기차 생산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민간 에너지 회사들도 전기차의 상용화에 도움이 되는 충전소 개발을 시작했다.

다만 전기차가 주류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합리적인 가격이 전기차가 널리 확산되는 데 있어 전제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지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가격이 100만 바트(약 3400만원)에 달해 일반인들이 구매하기 비싸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국 전기차협회 관계자는 "전기차는 현재 대중 시장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가격은 고급차 운전자들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태국의 운전자들은 보통 1500cc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고 60만~80만 바트(약 2000만~2700만원)를 자동차 구매에 쓴다"면서 "구매자들이 전기차 가격이 감당하기에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전기차 확산은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 "정부, 전기차 구매 보조금 확대해야"

상황이 이렇차 전기차 업계는 정부가 가솔린 연료차량과 전기차의 가격 차이를 좁혀 구매자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전기차협회 관계자는 "전기차의 가격을 보다 매력적으로 하기 위해서 정부가 보조금을 더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서치업체인 LMC오토매티브는 "태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주는 결정적인 보조금을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에 비해 다른 국가들은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현금 환급 또는 세금 감면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LMC오토매티브는 "태국 소비자들은 소비세 감면 혜택만 보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미래의 전기차 가격이 얼마나 매력적일지는 불확실하다"면서 "이로 인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LMC오토매티브에 따르면 중국은 전기차 유형에 따라 차량당 1만 위안(약 172만원)부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은 하이브리드전기차(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에 31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배터리전기차(BEV)에 대해서는 485만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은 배터리 크기에 따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와 배터리전기차에 2500~7500달러(약 280만~850만원)의 세금 공제 혜택을 준다. 아울러 일부 주에서는 추가로 세금 환급을 제공한다. 일본도 전기차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자동차세 감면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 태국, 전기차 허브 도약 꿈

태국 정부는 아시아의 전기차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코트라 태국 방콕무역관이 작성한 '아세안 전기자동차 허브로 도약하는 태국'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 전기차 시장은 2016년 기준 하이브리드차(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가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1.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차량 수는 2010년 이후 7만6892대에 달한다. 다만 이 가운데 배터리 전기차(BEV)는 52대에 불과하다.

태국 정부는 5년 후 연간 전기차 생산량이 1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오는 2036년까지 12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태국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친환경차 육성 1·2차 계획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시작된 1단계 사업에는 토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스즈키 등 5개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참여했다. 생산 개시 이후 5~8년차에 매년 10만대 이상 생산을 조건으로 한 사업이다.

2014년부터 진행 중인 2단계 사업에는 닛산, 미쓰비시, 토요타, 포드, 마쯔다, 혼다, 스즈키, 상하이자동차, 폭스바겐 등 9개 업체가 승인을 받았다. 2단계 사업은 2019년까지 친환경차 158만대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로 투자금액은 1390억 바트(약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오는 2019년까지 투자를 완료하고 생산을 시작해야 한다.

이와 함께 태국 정부는 10대 타깃산업으로 전기차 육성을 선정하고 기업과 소비자에게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태국투자청은 전기차 제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배터리전기차 등의 제조 및 부품 생산 투자에 대해 기계·장비의 수입 관세를 면제해주고 종류에 따라 법인세 면제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또 친환경 차량 구매자에 대해서는 최대 30% 특별소비세 감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기차는 고정 2%의 소비세율, 하이브리드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5~15%의 소비세율을 각각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