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노조, 채용비리 '꼬리자르기'..."행위 본질은 최수현"

2017-09-13 13:07

[사진=금융감독원]


금감원 변호사 채용비리로 김수일 부원장과 이상구 전 부원장보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는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범행의 핵심은 최수현 당시 금감원장이라는 게 지적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류승우 판사는 13일 오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수일 부원장에게 징역 1년을, 이상구 전 부원장보에겐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김수일 부원장이 불구속 기소된 이후 금감원은 김 부원장을 현업에서 제외했다. 김 부원장은 직무가 박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법원 판결 직후 성명서를 내고 "김 부원장은 채용비리에 깊숙히 관여했음에도 무고를 주장하며 버티기로 일관했다"며 "김 부원장 말대로 금감원이 자신의 전부와도 같다면 용퇴 후 무죄를 다퉜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김수일 부원장이 범행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며 "김 부원장의 죄질도 나쁘지만 내부적으로는 최수현 전 원장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전했다.

노조 역시 "최수현 전 원장은 운좋게 기소됐지만 그의 지시를 맹종한 김수일 부원장과 이상구 전 부원장보는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채용비리의 근본 원인은 원장과 수석부원장이 인사권을 독점한 기형적인 구조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전 원장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자신에게 협조하는 자들은 승진시켰다"며 "김 부원장과 이 전 부원장보는 당시 둘 다 고속승진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 역시 이번 범행에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류승우 판사는 "두 피고인은 범행에 의해 이익을 받거나 큰 이해관계가 성립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행위를 하게 한 방아쇠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부분은 처벌을 하지는 못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 사건에 대해서 미완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최 전 원장을 수사했지만 채용에 개입한 증거를 찾지 못해 불기소 처분했다.

류 판사는 "업무방해 주체를 금감원장이 아니라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잡은 검찰의 의도도 금감원장이 공범일 가능성이 있다는 걸 시사한다"며 "금감원장을 업무방해의 주체로 보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노조는 내부 혁신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사건은 폐쇄적인 인사시스템의 대수술 없이는 금감원을 다시 세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인사라인에 집중된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부원장은 지난 11일 금감원 임원 전원과 최흥식 신임 금감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지만 사의 표명으로 인해 추가적인 징계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