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을 가다](3) 동방의 위대한 스승, 공자의 고향 취푸

2017-09-19 17:00
유교의 시작점 취푸," '3공' 둘러보고 '유교문화' 느끼세요"
유교문화 계승과 보급, 교육에 노력....올해 공자문화제 28일 개최

취푸에 있는 공자의 사당 공묘, 거주지 공부, 공자묘가 있는 공림 등 3공은 중국 5A급 유적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사진=김근정 기자]


서방에 예루살렘이 있다면 동방에는 ‘취푸’가 있다. 유교의 시작점이자 동방의 성지로 불리는 취푸는 공자라는 위대한 선인을 배출한 곳이다.  

취푸의 첫인상은 고요했다. 하지만 3공(三孔: 공묘(孔廟)·공림(孔林)·공부(孔府))으로 불리는 공자의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살아있는 유교문화와 이로 인해 형성된 부드러운 활기를 서서히 느낄 수 있었다. 

취푸는 고대 노(魯)나라의 수도로 공자의 고향이다. 지난시에서 135km 정도 떨어진 지닝(濟寧)시 소속 현(縣)급시로 지난해 기준 상주인구 65만4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다. 위대한 스승인 공자와 유교의 위대함이 과거 수 많은 황제를 이곳으로 불렀고 지난 2013년에는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취푸를 시찰하며 유교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1982년 중국 1호 국가역사·문화도시로 지정됐고 1991년에는 국가여유국이 선정한 중국 관광명소 40선에 이름을 올렸다. 1994년에는 3공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공묘 내부 대성전에 화려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기둥이 눈길을 끈다. 현판에는 '생민미유(生民未有·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공자와 같은 사람은 없다)' 라는 말이 적혀있다. [사진=김근정 기자]


공묘는 중국 황제들이 공자에 제사를 지내던 사당으로 곳곳에 당·명·청대를 거쳐온 대리석 비석이 눈에 띈다. 공묘의 대성전(大成殿)은 베이징의 고궁, 허베이성 청더(承德)의 피서산장(避暑山莊)과 함께 중국 3대 고대 건축물로 꼽힌다. 그 중에서 대성전이 으뜸으로 용이 조각된 대리석 기둥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어 시선을 끈다.

이는 황제에게도 위대한 스승이었던 공자를 대한 경의를 담은 것이라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공묘 곳곳에는 논어 등 공자의 말씀을 적은 알림판도 있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이를 되새기고 삶을 돌아보는 것도 공묘 관광의 또 다른 묘미다.

공부는 공자의 후손이 대대로 살던 주거공간이다. 공묘와 공부 모두 높은 문턱이 특징인데 이는 높은 관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당대 공자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가장 이색적인 곳은 공림이다. 공림은 공자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거대한 공씨 가문의 공동묘지라고 할 수 있다. 카트를 타고 한참을 달려야 한 바퀴를 돌 수 있는데 비석과 무성한 풀로 뒤 덮인 크고 작은 무덤이 셀 수 없을 정도다. 무덤이나 비석이 없는 사람까지 고려해 약 10만명이 묻혀 있다는 말에 스산한 기분까지 든다.
 

공림 내부에 있는 공자의 무덤. [사진=김근정 기자]


공자의 무덤 앞 비석에는 원나라 성종이 1307년에 내린 시호 ‘대성지성문선왕(大成至聖文宣王)’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마지막의 ‘왕(王)’자를 길게 늘여 '간(干)'으로 보이게 하고 앞의 조형물로 살짝 가렸다. 공자를 ‘왕’처럼 높여 모셨지만 현세 황제의 위상과 자존심을 고려한 배려다.

취푸의 3공 유적지를 모두 둘러보는 통합형 티켓의 가격은 150위안(약 2만6000원)이다. 하지만 논어 등 구절을 외국인의 경우 5개, 내국인은 30개를 4분 안에 암송하고 간단한 설명이 가능하면 무료 관광을 할 수 있다. 외국인의 경우 모국어 사용이 가능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한중언론 교류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9일 만난 웨야오팡(岳耀方) 취푸 선전부 부부장은 “취푸는 유교문화의 계승·보호, 보급과 홍보는 물론 교육, 기타 산업과의 융합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며 "매년 공자문화제를 개최하고 공자연구원을 통해 학술 연구를 진행하며 한국 안동대학교, 성균관대 등 세계 관련 기관과의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 공자문화제는 오는 28일에 시작되며 공자박물관도 연내 대중에 오픈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취푸 공자연구원 관계자는 “유교의 대동(大同)사상은 시 주석의 인류공동체 구상인 일대일로(육·해상실크로드)와도 일맥상통한다"면서 "경제 발전과 유교가 모순관계라는 일각의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유교의 가치가 과거는 물론,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빛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