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검출 논란이 일고 있는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원고만 5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집단 소송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소송준비 모임'의 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법정원에 따르면 이날까지 서울중앙지법에 원고 4611명에 대한 소장 접수가 완료됐다. 지난 1일 접수를 완료한 1차 소송 원고는 3323명, 2차는 1288명이다. 법정원은 이번 주 중으로 3차 소장 접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정원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는 정리를 해봐야 알겠지만, 3차 접수자는 몇백명 수준이다. 총 5000명가량이 소송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총 124억원대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금액도 늘어날 예정이다. 청구 금액은 원고마다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피해를 본 경우에는 각 200만원, 피해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은 소비자는 각 300만원, 병원 진료를 받은 소비자 가운데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면 추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소비자 각 300만원으로 나뉜다.

서울중앙지법은 1차 청구 사건을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영학)에 배당했다. 2, 3차 사건도 같은 재판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다.

법정원은 릴리안 생리대의 유해성을 밝히기 위해 당초 별도의 생리대 성분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감정 의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후 발암 물질 검출 논란이 있는 타 생리대 제조업체들에 대한 손해배상소송도 함께 접수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이달 말 국내 시판 생리대 56개사 896개 품목에 대한 위해성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생리대 부작용 사태'를 불러온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이 생리대에서 검출되는지 살펴보고 업체명, 품목명,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량, 위해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식약처의 검사법은 앞서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로 진행한 김만구 강원대 교수의 검사법과는 다르다. 식약처는 '고체시료법'을 활용, 생리대를 급속 냉동해 제품 내 성분의 함량을 따져본다. 김 교수 측은 '방출물질 검출시험'을 수행, 생리대 제품에서 대기 중으로 나온 성분을 검사했다.

사건을 담당하는 법정원의 정용성 변호사는 "식약처의 결과에서도 VOCs가 검출됐다고 하면 생리대 안팎에 전부 유해물질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면서 "(아니라면) 별도 검사를 통해 제조사가 '독성물질이 든 제품을 공급했다'는 결함이 있었는지 밝혀내는 것이 1차 과제"라고 설명했다. 제조물 손해배상 사건의 경우 전적으로 원고에게 피해 사실 입증 책임이 있다.

앞서 법정원은 지난 1일 1차 소송 접수 완료 이후 "현재 국내 개별 연구기관에서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선뜻 생리대 성분조사와 유해성 조사 여부에 나서는 기관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소송 초기부터 법원에 생리대 성분조사를 위한 감정을 신청할 것이고, 그에 따라 법원은 객관적이고 신뢰 가능한 독립적인 제3의 기관을 생리대 성분조사 기관으로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릴리안 생리대 집단 소송은 앞서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에서 시판 생리대 일부를 조사한 결과, 릴리안 제품에서 유해물질인 VOCs가 가장 많이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당시 여성환경연대에는 '릴리안 사용 후 부작용을 겪었다'는 제보가 이틀간 3009건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면서 법정원을 비롯해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온라인 카페들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