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시장 하비.어마 리스크 후폭풍

2017-09-11 11:25

10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어마가 몰고온 폭우의 여파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차 한 대가 물에 푹 잠긴 모습. [사진=AP/연합]


허리케인 어마가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본격 상륙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확한 인적·물적 피해는 어마가 물러간 뒤에야 집계되겠지만,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NN과 N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어마가 플로리다에 상륙하면서 주요 공항에서 1만2000여 편의 항공편이 결항됐고, 300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공사현장의 크레인이 넘어지는가 하면 지붕이 날아가고 건물과 차량이 침수되는 등 자산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적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경제는 하비에 이어 어마까지 연타를 맞으면서 고용시장과 소매판매, 제조시장에서 모두 타격이 예상된다. 일례로 7일 발표된 8월 마지막 주 미국의 실업보험 청구건수는 한 주 전에 비해 6만2000건 늘었는데 대부분 하비로 피해를 입은 텍사스 지역에서 집중됐다. 따라서 10월 첫번째 주에 발표될 9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피해를 반영해 금융기관들은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역시 하비와 어마 리스크를 고려해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8%포인트 낮춘 2.0%로 내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하비 이후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2.5%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어마의 피해 규모를 살핀 뒤 추가 하향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은 3.0%였다.   

최근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달러 추이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이 건국일에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속에서 11일 오전 아시아시장에서 달러는 반등하고 있다. 달러·엔은 108.41엔으로 전 거래일 대비 0.5% 상승했고, 유로·달러는 전일 대비 0.2% 가까이 내렸다.

그러나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 가치는 지난주 기록한 2년반 만의 최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주에는 허리케인 악재와 북한 핵실험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감,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33개월 만에 최저까지 떨어졌다고 FT는 집계했다.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인상 전망이 약화되는 것도 달러 압박 요인이다. 미국 CNE그룹의 페드와치에 따르면 시장은 12월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을 36% 정도로 낮게 반영하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은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허리케인은 금리 인상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았다.  

율러허미스의 댄 노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은 올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허리케인으로 인한 자산 파괴를 감안할 때 금리인상은 경제에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자연재해로 인한 일시적인 경제 위축은 이후 복구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건축 부문 등의 지출이 급증하면서 상쇄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를 궤도에서 벗어나게 할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