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韓 전술핵 재배치 심각하게 고려해야"
2017-09-11 16:30
전술핵 재배치는 당장 선택 불가능한 카드 ..중국 압박용?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가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 방침에서 벗어나는 전술핵무기 재배치 카드를 연일 거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공화·애리조나)은 10일(이하 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국방장관이 며칠 전에 핵무기 재배치를 요구했다”며 “그것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에서 전술핵 배치도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언급한 것이다.
미 의회의 핵심 관계자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당위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매케인 위원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미국 안팎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매케인 위원장은 경제·안보 등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서는 등 미국 정치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정치 거물이다.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오랫동안 유지됐던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파기하는 것으로 당장 선택하기 불가능한 카드라는 것이 지배적 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만으로 원유 금수 등 북한에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안보리 제재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중국의 동참을 압박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케인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중국과 다소간 무역을 끊는다면 미국에 해가 되겠지만,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언가 변해야만 한다는 것”이라며 대 중국 압박 필요성을 내비쳤다.
◆ 안보리 이어 유럽도 이례적 대북 제재 검토
한편 대북 해법과 관련해 다소 관조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유럽이 유엔 안보리와 별도로 자체 대북 제재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로 부터의 북한 고립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12일 프랑스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중심으로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제재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그동안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참여 이외에는 다소 소극적으로 대북 제재에 임해왔던 유럽이 북한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도 높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필요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대화 해법'을 명목으로 번번이 발목을 잡는 데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등 진보하고 있는 북한의 기술력으로 인해 유럽도 사정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불안감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제재 내용과 수위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북한의 최우방국인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한과 교류하고 있는 동유럽 외에 스웨덴, 스위스 등도 인도적 지원 등을 이유로 북한과 정기적 소통을 하고 있어 EU 회원국 내 대북 입장이 달라 구체적 제재안을 도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간) 한반도 상황에 대해 "우리가 몇 년 동안 직면했던 위기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보도된 프랑스 일간 '주르날 뒤 디망쉬'와의 인터뷰에서 안보리의 대북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