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블라인드] 중소기업 지원상품 봇물…심사는 졸속

2017-09-06 19:00
"정부기조 따르고 보자" 난무
前정부 창조경제 떠올리게해

은행들이 중소기업 지원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은 이번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 못지 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기획·투자 등의 부서에서 관련 상품을 만들어 심사부의 검토를 받을 때 너무 순식간에 끝난다는 점이다. A은행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네. 그럼 해야지" 라는 식의 피드백이 돌아온다고 전했다. 5분도 채 안 걸린다는 후문이다.

B은행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표방한 '창조경제'에 발맞춰 각종 상품을 출시할 때와 다르지 않다"며 "은행들이 리스크 테이킹에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자금 지원 등은 과거에 했던 내용에서 명칭만 조금 바꾸면 된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일단 정부 기조에 따르고 보자'는 식의 행태가 난무하는 것이다.

다만 지원 초점이 기술력 있는 기업이 담보 없이 쉽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금융'에 맞춰져 있어, 은행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리스크 테이킹이 필요한 이유다.

이미 은행들은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에 일정 비율 출자한 상태며, 이들 기관과 연계해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적합한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이다.

C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것이 결국 기술금융인데, 쉬운 작업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은행들이 압박을 느껴 관련 상품을 발빠르게 쏟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이 같은 행태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은행 자체적으로 보다 꼼꼼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