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km 드림로드서 피톤치드 샤워…해산물 요리로 배 채우니 '별천지'

2017-09-04 00:00
청정도시 창원 '초가을 여행'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청명한 하늘, 그 사이에서 수줍게 내려다보는 햇살, 살갗을 간질이는 바람의 숨결까지……. 성큼 다가온 가을에 절로 마음이 설렌다.
모처럼 아이처럼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싶진 않았다. 그대로 짐을 꾸려 떠났다. 산과 바다, 호수를 품은 청정의 도시 ‘창원’으로.

◆초록빛 숲, 청명한 하늘···감동이 ‘진해’
 

진해드림로드 편백숲 쉼터[사진=기수정 기자]

진해 하면 ‘벚꽃’, 벚꽃 하면 ‘진해’지만 최근 웰니스 바람이 불며 ‘진해드림로드’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장복산, 덕주봉, 안민고개, 웅산, 시루봉, 천자봉의 허리를 잇는 임도로, 지난 2008년 지역민들의 명칭공모를 통해 진해 드림로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평일임에도 많은 지역민이 진해드림로드 편백숲 쉼터를 찾아 휴식을 즐기고 있다.[사진=기수정 기자]

진해드림로드는 총 27km다. MTB, 마라톤, 산책 등 원하는 운동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군데군데 휴게 쉼터, 화장실, 운동기구, 약수터 등도 잘 갖춰져 있어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많은 이가 찾는다.

“하루에 한 번씩은 이 길을 찾아요. 걷다가 편백숲 쉼터에 앉아서 길게 뻗은 편백숲 위로 하늘을 바라보면 정말 아름답거든요.”
 

안민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진해 전경을 바라보는 젊은 여성[사진=기수정 기자]

우거진 숲, 그 사이에 빼꼼히 얼굴을 드러낸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이다.
 

진해 전경. 날이 좋으면 저멀리 대마도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사진=기수정 기자]

장복하늘마루길, 천자봉 해오름길, 백일아침고요산길, 소사 생태길 4개의 구간으로 나뉜 이곳 진해드림로드는 어디서든 자신이 가장 편한 곳에서 걸을 수 있다.

매년 봄이면 벚나무 가득한 천자봉 해오름길을 걸으며 벚꽃 흩날리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울창한 편백숲[사진=기수정 기자]

제일 높은 길인 장복하늘마루길에서 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보거나 편백 숲길인 백일아침고요산길을 천천히 걸으며 힐링하는 것도 이 길을 걷는 묘미다. 곳곳에 핀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소사생태길도 인기 코스다.
 

안민휴게소를 찾은 개별관광객[사진=기수정 기자]

진해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안민휴게소에서 잠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숨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진해드림로드 인근에는 진해해양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진해의 작은 섬 음지도 전체가 공원으로 조성된 해양공원 중앙에는 해양 생태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해양생물테마파크’가,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해양솔라타워’가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창원의 랜드마크인 이곳 27층 해양솔라타워 전망대에서는 우도, 소쿠리 섬, 웅도는 물론 칠천도와 거가대교, 대죽도를 감상할 수도 있다.
 

해양솔라타워 전망대에 설치된 강화 유리 바닥. 제한 하중은 300kg이다.[사진=기수정 기자]

경기도 시화호전망대,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인기 시설물 '강화유리 바닥'이 해양솔라타워에도 있다.

아찔함을 감수하고 유리바닥 위에 서서 까마득하게 먼 지표면을 내려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해양솔라타워를 나와 범선 모양의 다리 100여 미터를 걸으면 우도가 등장한다.
 

해양솔라타워에서 바라본 우도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아담한 섬, 우도는 예전부터 독버섯이 많이 자생해 ‘벗섬’으로 불렸다. 현재 63세대 200여명만이 남아 이곳을 지키고 있다.
 

해양솔라타워에서 범선 모양의 다리를 건너면 우도가 등장한다. [사진=기수정 기자]

음지도, 소쿠리섬을 비롯한 무인도가 있어 낚시꾼과 여름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단다.겨울에는 개조개, 개불 등이 많이 잡히며 남동쪽으로 100m의 모래사장과 남서쪽으로 150m의 자갈길을 걷는 것도 운치가 있을 듯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유명 해산물 요리로 ‘든든’하게
 

아귀를 비롯해 해물, 야채 등을 넣고 끓여낸 아귀탕[사진=기수정 기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제아무리 좋은 풍광도 배가 든든해야 더 즐겁게 감상하기 마련이다.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아귀수육[사진=기수정 기자]

마산 구도심에서는 아귀찜거리와 복요리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창원의 별미를 꼽는다면 단연 아귀찜이다. 오동동 아귀찜거리(마산에서는 대부분 아구라고 쓴다)에는 아귀 요리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몰려 있다.
 

매콤 달콤한 맛을 내는 아귀찜은 반건조 아귀로 만든 건 아귀찜과 생물 아귀로 만든 생 아귀찜 중 선택해 즐길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옛날, 마산 시내 중심가 오동동에서 갯장어식당을 하던 일명 혹부리 할머니가 있었다.

인근에서 고기잡이이를 하던 어부들이 어느 날 못생긴 물고기를 가져와서는 버리기 아까우니 요리를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싫다고 내다 버리라고 손사래를 쳤고 그렇게 버려진 아귀는 해풍에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과메기처럼 꾸덕꾸덕 말라갔다. 이를 본 할머니는 된장, 고추장, 콩나물, 미나리, 파 등을 섞어 끓여냈다.
 

식당을 찾은 한 손님이 아귀찜과 수육이 나오기 전 탕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사진=기수정 기자]

맵고 화끈, 쫄깃하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인 이 음식이 마산항 어부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오동동 사거리 아귀찜 골목 식당들이 성업하기 시작했다고.

오동동에서 된장과 고추장을 반반 섞고 마늘, 파 등을 넣어 만든 양념장을 꼬들꼬들하게 말린 아귀에 발라 북어찜처럼 구워낸 것이 시초라는 얘기다.

​이후 1960년대부터는 양념한 아귀에 갖가지 채소를 넣어 지금의 아귀찜을 상에 내기 시작했다. 

마산은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아귀 제철 외에는 생 아귀를 쓰지 않고 찬바람에 2~30일 이상 말린 건아귀로 만든 찜을 낸다.
 

불판에 자작하게 끓여낸 아귀불고기[사진=기수정 기자]

된장으로 간을 해 비린내를 없애고 전분을 넣지 않아 국물을 자작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귀찜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건아귀, 생아귀를 맛보는 것이 좋다.

생아귀찜은 쫀득쫀득한 아귀내장과 싱싱한 아귀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건아귀찜은 햇빛에 말린 아귀의 구수한 향과 쫄깃쫄깃한 육질이 일품이다. 아귀찜거리에 집집마다 각자의 특색이 있으니 구수한 맛, 칼칼한 맛, 매콤한 맛 입맛대로 즐기면 된다. 

이외에 술안주로 으뜸인 담백한 수육과 탕, 아귀불고기 등 아귀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복요리의 대표주자 복 지리. 야채와 함께 끓인 맑은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얼큰하고 익은 복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사진=기수정 기자]

어디 아귀 뿐이겠는가. 1940년대 마산만은 천혜의 복어 서식지였단다.

복어 집하장인 마산어시장에선 참복이 싼값으로 경매돼 일식당으로 보내졌고 이때부터 복요리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1945년, 어시장 주변의 한 식당에서 참복과 콩나물, 미나리를 넣고 끓인 국에 밥을 말아 손님상에 냈다. 항구에서 일하는 바닷사람들과 시장 사람에게 한 그릇 뚝딱 먹을 수 있는 복국은 인기메뉴였다.

지금은 어시장 부근에 20여개의 복요리 전문식당이 들어서서 마산의 명물거리로 자리잡았다. 콩나물을 푸짐하게 깔고 토막 낸 복어 생선살을 얹어 한소끔 끓인 다음, 미나리와 파를 수북하게 얹어 다시 한번 끓여내면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와 아침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현재 마산어시장 안에는 20개 정도의 전문 복요리집이 마산의 명물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다.

복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지만 맹독(테트로도톡신)을 지닌 물고기다. 복을 안전하게 요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복어는 단백질과 비타민 B1, B2 등이 풍부하고 유지방이 전혀 없는 담백한 생선이다. 복어 고기는 쫄깃쫄깃한 맛과 향기가 있는 최고급 식품으로 친다.

복요리 특유의 시원한 국물 맛과 영양소는 숙취 제거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콜레스테롤 감소에도 좋다.

복 껍질을 각종 채소와 버무려 무치는 복 껍질 무침, 복어 살을 튀긴 복튀김, 콩나물, 미나리, 숙주를 넣고 끓인 복국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