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의 인더스토리] 문재인의 도시‘자생(自生)’ 뉴딜?

2017-08-30 09:01
- 2018 도시재생 관련 정부 예산안 4600억원...공약 2조원에 턱없이 못미쳐
- 초이노믹스와 닮은 꼴....문재인 정부, 50조 도시재생 공약 사실상 철회

 



문재인 정부가 선거공약인 50조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 계획을 사실상 접었다. 변두리 도심 낙후지역을 되살려 서민 주거질을 개선하고 소비를 늘려 경제 성장의 마중물로 삼겠다던 뉴딜 구상은 유야무야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18년 예산안을 보면 도시재생사업 예산은 4638억원으로 책정됐다. 언뜻 보면 올해 예산 1452억원의 세 배 수준으로 대폭 늘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인 지난 4월 밝힌 도시재생 뉴딜 공약에 비춰보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50조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임기중 펼칠 것을 약속했다. 매년 재정 2조원과 기금 5조원 등 정부 재원 7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도 제시했다.

이번 예산안에서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도시재생 사업에 8534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재정과 기금을 모두 합쳐도 1조3172억원으로 당초 구상인 7조원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액수다. 재원만 놓고 보면 매년 평균 100개 지역을 대상으로 1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뉴딜 사업은 사실상 철회된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정부 예산에 지방자치단체 부담 몫과 각 부처 도시재생 관련 예산을 합치면 도시재생 관련 재정 투입 금액은 2조원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도시재생 지역에서 공급되는 공적임대주택 소요 기금을 감안하면 기금 투입금액도 공약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하니 그렇다고 치자.

정부는 8·2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서울에서는 도시재생 뉴딜 지역을 선정하기 않겠다고 했다. 도시재생 뉴딜 후보지역으로 거론되면서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올라 서민 주거 안정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설명대로면 이를 감안한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예산은 오히려 과도한 측면이 있다. 대상 지역 선정도 안됐는데 기금을 포함한 정부 재정은 예정대로 7조원을 쏟아붓는 셈이되니 말이다.

도시재생 뉴딜을 둘러싼 정부의 고민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복지예산을 올해보다 12.9% 많은 146조2000억원으로 편성하는 등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치려면 국채를 발행해 빚을 지거나 어디에선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당장 SOC 예산만 4조4000억원이 줄어든 17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보다 무려 23%가 줄어든 규모다. 당분간 도로나 철도는 건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공약 기준으로 보면 도시재생 예산도 1조5000억원 이상 감소한 셈이다.

분수효과의 수단으로 구상된 도시재생 뉴딜이 8·2 대책과 반하는 것도 정부의 고민이다. 수요를 자극해 경제 성장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뉴딜 정책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수반한다. 직접적으로는 주택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부동산 경기를 띄워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초이노믹스와 닮은 꼴이다. 8·2 대책으로 사실상 초이노믹스의 종언을 선언한 마당에 닮은꼴 정책을 펼친다고 생각하면 아차 했을 수도 있다.

10조원 재원 중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3조원의 공백’을 메우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다. 민간투자를 유치한다고는 하지만 눈은 자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사의 부채로 향하는 게 정부의 솔직한 속내다. 이미 80조원 가량의 부채를 안고 있는 공사에게 더 많은 공사채를 발행하라는 것은 공기업 경영정상화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부처 핵심정책토의에서 스마트시티를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국가 선도사업으로 육성할 것을 주문한 건 공교롭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도시재생 뉴딜 공약은 이제 덮자는 말의 다른식 표현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대는 이제 주민 스스로의 도시'자생' 뉴딜에 기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