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심 준비 박차... 뇌물공여 무죄 '총력'

2017-08-27 21:40

서울 삼성그룹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로 '패닉' 상태에 빠졌던 삼성이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2심 준비에 돌입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역시 이 부회장이 일부 무죄를 받은 데 대해 2심에서 유죄를 받도록 하겠다며 전략 구상에 들어간 상태다.

27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과 특검팀은 양측 모두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2심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법에 따르면 1심 선고가 나온 후 7일 안에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2심이 진행된다.

앞서 지난 25일 1심 선고 직후 삼성측 변호인단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결과로 즉시 항소할 것”이라며 “반드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특검팀 관계자도 "재판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항소심에서 상식에 부합하는 합당한 중형이 선고되고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 잡힐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삼성측 변호인단은 1심 선고에 기반해 2심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측 고위관계자는 “무죄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만큼 1심 선고 당일 법원의 판단에 대해 망연자실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항소도 염두에 뒀던 만큼 차분한 가운데 2심 준비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삼성측이 항소장에 ‘모두 무죄’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는 한편 향후 재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무죄를 돌리는 데 전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1심 선고에서 뇌물공여가 일부 인정돼 범죄수익은닉, 횡령, 재산국외도피도 상당부분 유죄로 나왔기 때문이다.

차선책으로는 유죄를 받더라도 형량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노려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받은 5년형을 향후 2심에서 재판장이 '작량감경'을 할 경우 최소 징역 2년6개월까지 내려갈 수 있다. 작량감경은 재판장이 재량으로 형량의 절반까지 낮춰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이 부회장은 징역 3년 이하에만 적용할 수 있는 집행유예도 받을 수 있게 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혐의들에 대해 대부분 유죄를 선고했지만 ‘소극적 관여’라는 단서를 붙인 만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며 “결국 이번 건은 2심은 물론 대법원까지 가야 결판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제기를 통해 서울고법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된 뒤 첫 항소심 공판이 열리기까지는 약 한 달 안팎이 걸릴 전망이다. 이로부터 6개월 후 2심 선고 결과가 나온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이 부회장에 대해 5년형을 선고하면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이 승계 작업에서 대통령의 도움을 바라고 제공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또 이 부회장 등이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를 최씨 개인에 대한 지원 요구라는 것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다만 이 부회장의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뇌물액 77억9735만원 가운데 72억원만 인정됐다. 특검이 주장한 뇌물 약속액 213억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