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심 선고] 삼성, 中시장 어쩌나...이재용 인맥 '보호막’ 사라져

2017-08-25 15:50

서울 삼성그룹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중국 인맥은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의 구속이 장기화될 경우 그동안 이 부회장이 구축해온 현지 인맥을 모두 잃을 가능성이 높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 공판을 지켜본 대기업 고위임원은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과의 민간경제외교채널에 적잖은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의 중국 사업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이 부회장, 中정부 관료와 신뢰 쌓아...실형 선고로 대중국 사업에 악영향 우려
이 부회장은 중국 정부 고위 관료들과의 꾸준한 접촉으로 믿음과 신뢰를 얻었다. 이것이 오늘날 삼성이 중국에서 이만큼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라며 “그의 부재는 삼성의 대 중국 사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관시(關係, 관계)’ 문화가 사업 성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현실을 고려해 삼성은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현지 주요 인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2월 17일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측과 중국 정부 관료간 만남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이번 1심 선고로 이같이 일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주요 인사와의 ‘만남의 장’인 보아오포럼 참석도 어려워졌다. 매년 3월말에서 4월초에 개최되는 보아오포럼에는 현지 정부 지도자,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대거 참석해 중국 측 고위 관계자와 쉽게 접촉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 후임으로 3년 임기의 보아오포럼 이사로 선임됐고, 이를 통한 대외활동으로 중국 주요 인사와의 만남을 이어왔다.

실제 이 부회장은 2014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보아오포럼 이사진 11명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을 접견했고 삼성의 중국 내 역할에 대해 발언했다. 그는 당시 “삼성은 중국 정책 방향에 맞춰 현지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중국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같은 해 마카이(馬凱) 국무원 부총리와의 회담에서는 반도체와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해 포럼에서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만나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왕양(汪洋) 국무원 부총리와 삼성의 중국 내 사업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그러나 올해 2월 구속 기소 이후 포럼 참석이 중단된데 이어 이번 실형 선고로 상당기간 참석이 불가능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중국 정부 고위 관료들과의 꾸준한 접촉으로 믿음과 신뢰를 얻었다. 이것이 오늘날 삼성이 중국에서 이만큼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라며 “그의 부재는 삼성의 대 중국 사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서 비리기업 전락 우려...삼성, 43조 브랜드 가치 '우르르'
이번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가 기업 총수의 도덕성 문제로 비춰질 경우 중국 내 삼성 제품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 등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급감하는 상황이어서 이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실제로 ‘이재용의 시대는 끝났다' '삼성의 미래 경쟁력 위기' 등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현지언론의 보도가 불매운동 촉매제 역할을 하며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는데 제동을 걸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중 유독 중국에서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현지 기업의 추격이 가속화되면서 삼성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013년까지만 10% 후반대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지만 올 2분기에는 점유율 3%로 6위까지 밀려났다.

중국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삼성전자는 현지 판매 거점 통합과 인력 재배치 등 조직개편을 강행하고 전용 신형 플립폰 ‘영세기함8’을 발표하는 등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지 기업의 기세를 누르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며 “여기에 이 부회장의 유죄 확정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앞날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