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이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실형을 받자 재계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확산된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재판부가 과거 유사한 사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형을 선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5일 "특검이 국민의 관심이 워낙 높은 사건이다 보니, 이 부회장의 핵심 죄목인 뇌물공여죄로 양형하지 않고 재산 국외 도피 법정형을 기준으로 12년을 구형했다"며 "처음부터 구형이 관례에 비해 높았고 1심은 기본적으로 최종심이 아니기 때문에 2,3심에서 얼마든지 뒤바뀔 기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징역 5년 선고에 재계.법조계 '형평성' 지적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1심 선고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와관련,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삼성이 적폐청산의 집중 표적'이 된 것 같다는 견해가 나온다.

우선 특검의 구형부터 지나치게 높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재판과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의 경우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회장 등 9명의 기업인에 대해 당시(1996년 1월) 검찰은 1~4년형을 구형했다.

특히 이들 기업인 대부분은 최종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기업이 국가 권력에 대항할 수 없다는 점과 국가 경제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한 판결이었다. 이 부회장의 구형과 1심 판결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재계는 삼성이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인 만큼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향후 기업 활동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치와 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우리나라에서, 기업하는 사람이 정치적인 사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집권 세력이 부정한 것을 요구해도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인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삼성은 우리 국가 경제에 기여도가 가장 큰 기업"이라며 "상당수 기업이 박 전 정부에 협력해 출연금을 냈는데, 이를 다 비리로 몰고 가면 향후 정부 정책 협조나, 기업 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기업"이라며 "반기업·반재벌 정서를 엎고 기존 관례를 뒤엎는 높은 형량이 확정될 경우 향후 대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을 것 같아걱정"이라고 전했다.

◆법조계 "2.3심서 형량 크게 줄 것" 전망
법조계에선 1심 선고에 비해 크게 줄어든 형량을 받은 역대 재벌 총수들의 재판 이력을 근거로, 이 부회장의 형량도 최종심에서는 현재보다 크게 감형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재벌 총수 중 가장 높은 구형을 받았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1997년 기업 비리, 불법 정치자금 지원 등으로 20년이 구형됐으나, 그보다 낮은 15년을 받고 수감됐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2014년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서 7년으로 감형돼 대법원서 최종 확정됐다.

2012년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9년을 구형받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또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2009년 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받았으나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