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5주년] ‘반쪽 짜리' 기념일… 민간행사도 대폭 축소
2017-08-24 18:16
한국과 중국이 수교 25주년을 맞는 가운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기념행사를 따로 개최하며 예년과 달리 가라앉은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24일로 수교 25주년을 맞이한 한국과 중국 정부는 각각 24일과 23일에 행사를 열었지만, 행사에 양국의 고위급 인사들은 대부분 불참했다. 또한 양국 관계가 냉각되면서 문화 등 민간 행사들의 개최 폭 역시 대폭 축소됐다.
수교 기념일을 앞두고 한·중이 각자 주최하는 기념 행사에 서로 어느 급의 인사가 참석할지가 양국의 최대 관심사였다. 관련 행사 참석 인사에 대한 양국의 팽팽한 기싸움은 수교 기념일 전후로도 이어졌다.
같은 날 저녁 중국 베이징 중국대반점에서 열린 주중 한국대사관의 기념행사에도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참석하지 않고, 완강(萬鋼) 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겸 과학기술부장중국이 '주빈' 자격으로 참석했다.
정협 부주석은 일각에서 '부총리급'으로 간주되는 고위급이다. 결국 서열은 높되 공산당원이 아닌 인사를 참석시키는 것은 한·중 관계의 중요성과 사드와 결부된 양국 관계의 최근 민감한 상황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2년 중국 베이징에서 양국의 공동 주최로 개최된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행사에 당시 400여명이 참석했던 것과 비교되면서 25주년 기념 행사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이처럼 중국 측이 중시하는 5년 단위의 행사인 25주년임에도 불구하고, 한·중 고위급 인사들이 중요 행사 불참하면서 냉각된 양국 관계의 단면이 드러나고 있다.
한 베이징 소식통에 의하면 "올해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의무적으로 주최하는 기념 행사 이외에는 큰 행사가 없다"면서 "5년 전에 비해 분위기, 행사 규모, 초청 인사 수준, 행사 횟수 등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큰 규모의 행사는 한 두개밖에 없다"면서 "20주년 당시에는 정계 행사외에도 문화·학술 등 행사가 수도 없이 많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앞두고 가라앉은 분위기는 중국 측이 돌연 별도로 수교 기념식을 갖겠다고 우리 측에 통보해 올 때부터 어느정도 예견됐었다.
당초 중국은 25주년 기념식을 한국 측과 함께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한국이 사드 재배치 결정을 내리자 급작스럽게 계획을 변경했다.
냉각된 양국 관계는 민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려던 학술·문화 행사 개최 폭이 크게 축소된 것이다.
전국 5개 시·도립미술관의 '한·중 수교 25주년 프로젝트' 전시, 중국 조각가 우웨이산(吳爲山) 작가의 개인전, 국내 국공립 미술관 5곳에서 열릴 예정이던 기념 전시회, 송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한류축제’(가칭) 등 취소된 수교 25주년 관련 전시와 행사만 해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중국 내부에서는 사드 갈등으로 한국 콘텐츠 등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관련된 행사를 제대로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은 환구시보(環球時報)와의 인터뷰에서 "중·한 수교 25주년은 확실히 기념해야하는 큰 행사지만, 사드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행사 규모의 크기와 상관없이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또 한국 언론이 사드 탓에 수교 기념 행사들이 위축됐다는 데에 대해서 뤼 연구원은 "누구보다도 현재 양국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한국 외교부가 언론을 통해 중국이 한국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