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종합] 이병헌X김윤석 '남한산성', 충무로 '어벤져스'의 정통 사극
2017-08-23 12:36
8월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 점에서는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제작 ㈜싸이런 픽쳐스·제공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출간 이래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특히 이번 작품은 ‘충무로 어벤져스’ 김윤석, 이병헌, 박희순, 고수, 박해일, 조우진이 뭉쳐 ‘정통 사극’을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았던 바 있다.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맡은 이병헌은 영화 ‘광해’와 ‘협녀’에 이어 오랜만에 사극으로 스크린 복귀한다.
이병헌은 “두 작품의 경우는 어느 정도 픽션이 가미돼 판타지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남한산성’은 역사 그대로를 고증하고 실제와 똑같이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최명길이라는 실존 인물과 행동을 보여줘야해서 진지하고 심각하게 접근했다. 그래서 조금 더 사극의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명길과 대립각을 세우는 예조판서 김상헌 역을 맡은 김윤석은 첫 정통 사극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 그는 “퓨전 사극이 아닌 정통 사극은 처음이다.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고전이라면 재밌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남한산성’은 모든 방송국에서도 피하는 굴욕의 역사를 담고 있다. 피하고 싶은 기억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건드려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와닿았다. 충심은 같으나 다른 의견을 가지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최명길과 김상헌의 이야기가 판타지 같지 않았고 실제 이야기, 실존 인물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박해일 역시 처음으로 왕 역을 맡은 상황. 인조를 연기하게 된 박해일은 “처음으로 왕 역을 맡게 돼 감개무량하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인조와 남한산성은 박하게 평가받고 있지 않나.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은 역할이라서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토록 화려한 캐스팅이 또 있었을까? 충무로 어벤져스를 완성한 황동혁 감독은 “이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영화는 제작도 들어가지 않았을 거다. 그만큼 어렵고 무게감 있는 작품이라서 연기력과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들이어야 했다. 캐스팅을 마치고 ‘아, 이제 이 영화를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에 안도감을 느꼈다”며 만족스러운 내색을 보였다.
김훈 작가가 문장을 통해 아로새긴 굴욕의 역사. 황 감독은 “소설을 통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병자호란에 대해 다시금 알게 됐다. 많은 일이 벌어졌고, 그 사건들이 현시대와 얼마나 많이 닮아있는가를 알고 놀랐다. 영화를 통해 과거에 대해 생각하며 현시대를 생각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남한산성’ 영화화의 이유를 전했다.
황 감독이 가장 살리고 싶었던 원작의 매력은 역시 문장과 묘사였다. 그는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역사 속 인물들과 병자호란이 벌어지게 된 사건의 묘사였다. 읽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아프고 비애가 느껴지는 묘사와 뭉클한 대사가 마음을 울렸다. 소설가 가진 매력을 영화에 다 살려내고 싶었다”면서 “영상을 통해 고통이 느껴지는 살풍경을 재현하고 싶었고, 김훈 작가의 강렬하면서도 묵직한 대사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때문에 여타 사극과는 달리 대사가 더 어렵게 느껴지실 거다. 고어와 예스러운 말을 현대적으로 쉽게 풀지 않고 옛말의 맛과 멋이 느껴지도록 대사를 썼다”며 기존 사극과 차별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들 역시 이 점 때문에 고생했다고. 김윤석은 “한글로 표기돼있지만 한자어의 뜻을 다시 한번 찾아보곤 했다.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말맛이 붙기 시작하니 문장과 운율이 맞아들어가며 효과적이고 함축적인 힘이 생기더라. 왕에게 자기 주장할때도 구구절절하지 않고 날렵하게 얘기하는 것이 매력적이었고 촬영이 지날수록 열기를 띠고 재밌었다”고 말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배우들의 열연, 그중에서도 특히 첨예하게 대립을 펼칠 김윤석과 이병헌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치가 높은 상황.
김윤석은 “여기 있는 모든 배우와 처음 만났다.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특히 이병헌 씨의 경우, 함께 연기하면서 ‘정통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제된 상태에서 대사 및 여러 가지 비틀어진 것들을 살려냈다. 유연하고 화려하기도 하지만 정제된 상태를 만들어가는 것이 놀라웠다”며 이병헌을 칭찬했다.
이에 이병헌 또한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바로 옆에서 호흡하면서 ‘정말 뜨거운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매 테이크마다 감정을 실어 내뱉으면서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 맡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화답했다.
그야말로 정통. 김훈 작가의 원작 소설, 배우들이 만들어낸 하모니가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물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