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우칼럼] 법조개혁은 법조인 인력양성제도의 개혁부터

2017-08-23 20:23

                     [사진 =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성우칼럼


법조개혁은 법조인 인력양성제도의 개혁부터


판사, 검사, 변호사, 법학교수, 법률종사자 등 법조인은 서양 근대사 이후로 선망 받는 직종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법조인 중 법조 3륜이라고 일컬어지는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는 방법은 과거 사법시험 체제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로 변화하였다. 물론 아직까지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이 병존하고 있고,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하기 위해 사법시험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사법시험이 존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로스쿨에는 한 해에 2000명이 입학하고, 이 중 1500명의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있다. 올해 로스쿨 입학을 위해 필수시험인 법학적성시험에는 1만206명이 지원하여 7000명대까지 감소했던 2013년에 비해 불과 5년 만에 지원자가 급증하였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로스쿨의 인기가 여전한데 반해, 일본은 졸업 후의 불투명한 진로 때문에 2004년 로스쿨 제도 도입 당시에는 74개나 되던 로스쿨이 39개 대학만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마저도 2004년 7만3000여명의 지원자가 2015년에는 8159명으로 9분의1토막이 되었다.
일본의 로스쿨들은 겨우 10여년 만에 왜 이런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게 되었을까? 먼저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제도가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학원 과정인 로스쿨을 졸업해야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학부출신들이 예비시험을 거쳐 직접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아도 된다. 학부과정만 졸업하고도 예비시험을 거치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유수 대학의 우수한 학생들이 굳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로스쿨에 진학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변호사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법조인의 직역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변호사의 숫자를 급격히 늘려왔기 때문이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2015년 일본 법원에 접수된 소송 건수는 10년 전의 40%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청년 변호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다른 법조 직역이 대폭 확대된 것도 아니어서 로스쿨 졸업 후 진출할 수 있는 곳이 딱히 마땅치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비단 일본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미국 변호사협회(ABA)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미국 내 변호사의 숫자는 130만명을 넘었다. 특히 수도인 워싱턴 DC에는 인구 1만명당 775명이 변호사일 정도로 변호사들이 넘쳐난다. 급기야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 로스쿨들은 다양한 배경과 전공의 학생들이 법대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까지 신입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로스쿨의 이러한 노력과 어려움 역시 변호사들의 취업난 때문이다.
로스쿨을 도입한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한국의 상황은 아직 과도기인 듯하다. 적어도 대부분의 로스쿨들은 5대1 이상의 입학경쟁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변호사 숫자가 2만명을 훌쩍 넘었고, 경쟁이 심해져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서울지역 변호사들의 한 달 수임 건수는 평균 2건이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한데, 의뢰인들은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실력 있고 성실한 변호사를 만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내의 법조인 인력 시스템과 관련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면 적정한 수급을 유지하면서도 국민들에게 만족할 만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할 일은 법조인 양성과정에서 더 이상(또는 원래부터) 법학이나 법조인의 길은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고관대작이 되기 위한 지름길이 아니었음을 철저히 교육하는 것이다. 로스쿨은 사회를 위해 공동체정신을 가지고 봉사하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과정이며, 결코 떼돈을 벌거나 벼락출세를 하는 지름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로스쿨 교육과정과 변호사시험을 로스쿨 설립 시에 추구했던 전문변호사 양성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도록 대폭 수정해야 한다.
로스쿨을 설립할 때에는 소위 ‘고시낭인’을 없애고, 다양한 전공과 직역을 포괄하는 전문변호사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런데 최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각 학교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변호사를 양성하기보다는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애당초의 로스쿨 설립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좀 더 다양화하고, 합격률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나아가 변호사와 유사한 직역을 담당하고 있는 여타의 직업군과 변호사 업무를 통합하는 작업들이 지금부터라도 진행되어야 한다. 변호사와 유사한 직역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인들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하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과다한 경쟁 속에 상호 피폐해지는 결과만 양산하게 될 위험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예비 법조인들은 민·형사 등의 전통적인 송무업무 이외에도 입법부, 행정부 등 다른 국가기관이나 다양한 민간기관에 진출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난달 전국적으로 임용고시 선발인원 축소에 반발하는 전국 교대생과 학부모들의 항의시위가 이어졌다. 올해 임용고시 선발 인원이 지난해보다 40%(2228명)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미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대기하는 예비교사들이 3800명이나 된다고 하니 저출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교육정책, 인력수급 정책의 실패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고 저출산과 저성장시대 어두운 미래의 시작이라는 데 있다. 학교만 폐교되는 게 아니라 일자리도 함께 없어지는 것이다.
정부와 법조계는 이제부터라도 하루속히 법조인력의 증원, 시장의 축소, 인구 감소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한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