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방송 미디어 시장의 ‘그레샴의 법칙’
2017-08-24 05:00
- 손계성 한국방송협회 국장
과거 미디어 시장에는 참여 가능한 주체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미디어의 희소성과 그에 따르는 큰 영향력 때문에 모든 미디어 정책은 규제 중심으로 고착화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과 기술의 발전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신규 사업자들이 미디어 시장에 진입하고 융합과 변이를 거듭해 더 이상 경쟁구도를 특정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성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TV, 라디오 등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낡은 과거의 틀 속에 갇혀 심각한 ‘정책 지체’ 현상에 빠져 있다.
이로 인해 지상파 방송은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울 만큼 급속도로 시장점유율을 상실하고 있다. 물론 지상파 방송의 점유율 하락은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큰 흐름일 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만이 반드시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내놓는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낡은 규제의 틀 속에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갖추기엔 전통적 사업자에게 허용된 운신의 폭이 과도하게 좁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과거에 만들어진 미디어는 규제의 영역 속에 있고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는 비규제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시간이 흐를수록 힘의 균형은 비규제 영역으로 쏠리게 될 것이 자명하다.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제4기 방송통신위원회에 좀 더 넓은 시각의 혜량을 바란다. 어떻게 해야 전통적 사업자가 품위를 지키고, 공적 책무를 수행하며, 경쟁력 있는 콘텐츠 생산자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이미 정글이 돼버린 방송 미디어 시장에서 악화를 구축하고 양화를 늘릴 수 있을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