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종합전자사 꿈 기로에... 매각 작업 '안개 속'
2017-08-21 05:00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오랜 꿈이었던 ‘종합전자회사’로서의 성장이 기로에 서게 됐다. 동부그룹 전자사업의 한 축인 동부대우전자가 매각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 축인 동부하이텍은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나, 동부대우전자는 최근 3년간 목표치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동부 측에 자금을 빌려준 재무적투자자(FI)가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동부의 고위 경영진은 일단 매각만큼은 막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동부대우전자의 미래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동부와 동부대우전자의 고위 경영진과 동부대우전자 FI 간에 이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대우전자의 매각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불씨는 지난 2013년 동부가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일렉트로닉스)를 2700억원에 인수할 때, FI를 통해 부족한 자금(1400억원)을 조달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동부대우전자의 지분은 동부 측이 54.2%, FI가 45.8%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당시 종합전자사로서의 도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부가 다소 불리한 조건으로 FI와 재무약정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이 약정에는 동부대우전자가 2015년 이후 순자산을 18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18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완수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들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동부대우전자 FI가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동부대우전자의 자본총계는 1630억원 정도다. 동부가 당초 맺었던 재무약정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동부대우전자 FI들은 최근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해 제3자 공개매각에 들어갔다. 매각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투자설명서(티저레터)를 발송한 데 이어, 이달 초 투자안내서(IM)를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동부가 동부대우전자 인수 이후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고, 제품 포토폴리오도 확대하며 업계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손을 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에 인수된 이후 동부대우전자는 제품 개발과 설비투자에 약 3000억원을 투입했다. 이 덕분에 동부대우전자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3년 새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3종에서 7종으로 많아졌다.
재무약정으로 인해 동부 고위 경영진도 공개적으로 매각에 반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물밑 작업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동부대우전자의 고위 경영진은 최근 “김준기 회장이 동부대우전자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동부그룹은 FI의 지분 매각이 본격화되기 전에 중국 가전회사인 오크마 등을 전략적투자자(SI)로 끌어들여 FI를 대신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오크마 측도 초기 내부적인 합의를 끝내고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사드 문제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겹치면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가 빠른 시일 내에 SI를 찾아내야 하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며 “동부대우전자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데다가 동부가 현재의 FI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부그룹의 고위 경영진이 매각을 막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좀 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동부대우전자 FI 입장에서도 현 시점에서는 큰 이득을 보고 매각할 수 없기 때문에 적당한 조건만 갖춰지면 태세를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대유그룹, SM그룹 등이 동부대우전자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동부대우 인수를 위한 사내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금융업체들과 컨소시엄 조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