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원칼럼] 공무원은 누구인가?

2017-08-17 20:00

 


초빙논설위원· 전 JP Morgan 한국 대표



공무원은 누구인가?

흔히 공무원을 가리켜 '늘공' 아니면 '어공'이라 한다. 늘공은 늘 공무원을 했던 사람이고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이란다. 하지만 이렇게 공무원을 칭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이런 분류는 그들이 왜 공무원이 됐는지에 대한 동기와 충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만족도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공무원들의 경우 직분과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많은 듯하다.
우선 어공을 살펴보자. 정말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급 공무원 층에서는 있을 수 있다. 다른 할 일이 보이지 않아 그냥 공무원 공채 시험을 본 것뿐인데 덜컥 합격돼 별 뜻한 바 없이 공무원이 된 경우이다. 우리는 이들을 어공이 아니라 늘공이라 칭한다. 그 후 늘 공무원 생활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흔히 어공이라 함은 다른 일을 하다가 정부의 중요한 직책에 초빙되어 공무원이 된 경우를 일컫는다. 졸지에 출세한 경우라 할 수 있지만 반드시 결과가 좋은지는 예단할 수 없다.
만약 어떤 국회의원에게 '어공'이십니까 하고 물었을 때 그들의 대답은 '100% 절대 아니다'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장관·차관 등 '고공단'이라는 고위직 공무원은 어공이 될 수 있는가?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이 고위직 공무원이 되면 자신들을 어공이라 말한다. 그 배경에는 민간인이 고위 공무원 되면 늘공이 그들을 향해 부른 말이 어공이었다. 말로는 누구나 얼마든지 이러한 어공이 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는 어떨까?
비례대표 국회의원보다 더 힘든 것이 고위직 어공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숫자도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장관·차관 어공직은 되기가 정말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중요성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청문회를 거치며 사생활은 물론 과거의 사회적·경제적·도덕적인 치적(?)까지 도마에 오를 수 있는 위험성이 있어 결코 쉽지 않다. 그렇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말로만 어공들의 업적은 어떠했는가? 과거 사례를 보면 단순 거수기나 조선시대 몸종들에 비해 더 비굴한 삶을 살았던 어공이 부지기수로 많았다.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가문의 영광이라는 높은 자리를 차지했는데 결과는 영광이 아닌 처절한 굴욕으로 끝난 어공이 많았다 할 수 있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어공이 아니라 자목공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공무원의 본분을 잊고, 치사하고 법과 규범을 어긴 일을 밥 먹듯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은어를 활용해 공무원들을 분류해 보자.
첫째는 가장 많이 회자되는 눈치만 보는 공무원, 눈공이다. 보스가 있는 조직에서 가장 살기 편한 방식이 눈치가 빨라 미리 알아서 행동하는 것이다. 지시도 필요 없고 교육도 필요 없다. 보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지시하기도 전에 알아서 눈치껏 처리한다. 둘째는 아공이다. 아부의 천재로, 아부라면 누구의 추종도 불허한다. 남들이 보거나 안 보거나 상관없이 아부하고 상납한다. 과거에 아공의 상사들은 그들을 믿다가 망한 예가 부지기수로 많았다. 셋째는 신처공이다. 어떤 일을 지시하거나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히,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공무원이다. 보스나 혹은 조직을 위하여 모든 방법이나 수단을 동원해 해결하는 해결사이다. 국민이나 국가가 아니라 자신 및 조직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일하는 부류이다. 넷째는 홍공이다. 대외 홍보에 월등한 재주를 보여 소속 부서나 보스를 살리는 역할을 하는 공무원이다. 예를 들어 자기 부처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는데 그것을 다른 일로 둔갑시켜 원래의 허물은 없애고 타인이나 타 부서로 책임을 돌리는 천재들이다.
다섯째는 착공이다. 부서나 회사의 자금을 온갖 방법으로 착복하는 기술을 가진 전문 공무원이다. 워낙 요직이라 경우에 따라서는 승진도 원하지 않고 이직도 원하지 않는다. 자신이 만족할 만큼의 자금을 착복하기 전에는 온갖 재주를 발휘하여 버티는 능력자이다. 여섯째는 커공이다. 정부 관련 일을 알선, 중재 및 도와주고 커미션을 받아 챙기는 부류이다. 과거에 정부 관련 건설이나 무기 구매상의 종 노릇을 하고 킥백 (Kick-Back)이나 커미션을 챙겼던 부류라 할 수 있다. 일곱째는 통공이다. 어려운 일이나 안 되는 일을 도와 주거나 신속히 처리해 주는 대가로 통행세를 받는 족속이다. 공무원의 가이드라인에는 많은 일들이 그들의 재량 아래 결정될 때가 많아 나쁜 맘 먹고 질질 끌기만 하면 돈이 들어오는 경우이다.
여덟째는 권공이다. 자신이 가진 힘과 다른 공무원의 힘을 빌려 온갖 권력을 휘두르기 좋아하고 거기에 따르는 이권을 철저히 챙기는 부류이다. 이들은 대개 공무원 사이에 친화력이 좋거나 인간관계가 좋아 다른 공무원의 협조를 쉽게 활용하는 부류이다.
아홉째는 없공 혹은 무관공이다. 힘이 없고 무관심하며 주어진 일을 열심히 수행하는 공무원이다. 타 공무원의 잘못된 행정처리에 간섭하지도 않고 비판하지 않으며 개입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열번째는 충공 혹은 적공이다. 자신의 일을 충성스럽게 조용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하는 공무원이다. 또한 모든 일에 적극적이며 솔선수범하지만 타 공무원의 질시나 시기 및 모함에 빠질 위험도 있다.
당신이 공무원이라면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은가? 혹 공무원을 만날 일이 있다면 그들이 어떤 공무원이었으면 좋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개혁바람이 거세다. 우리 공무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