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후 관세동맹 '임시' 체류 방침...EU 반발 불가피

2017-08-16 16:31
"통상 오류 막기 위해 최대 2년간 관세 동맹 임시 체류 요청"
노르웨이 모델과 비슷...'체리피킹'식 정책에 협상 결렬 가능성도

[사진=AP연합]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둔 영국 정부가 유럽 내 통상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탈퇴 시점부터 2년 후인 오는 2021년까지는 현재의 EU 관세 동맹에 임시 잔류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영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EU 협상단의 반발이 불가피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EU 탈퇴 후 무역 관계에 대한 영국 측의 협상 지침을 발표했다. 향후 EU와의 관계에 대한 영국의 입장을 정리한 이 문서에는 △ 통관절차 간소화·단순화 △ 매우 간소한 관세 협정 등 긴밀한 관계 구축 △ 영국의 관세 국경에 대한 접근을 EU관세동맹 체계에 맞추는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EU 역내에서 관세없이 무역 활동을 할 수 있게 한 관세 동맹에 대해 '임시' 잔류를 요청한다는 부분이다. 유예 기간 없이 탈퇴할 경우 제관 검사 지연 등 통관 절차 혼란이 우려되는 만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르웨이도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분야에서 관세 없이 무역을 하고 있다. 그 대신 EU에 기부금을 내고 있다. EU의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EU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한다.

브렉시트 협상 영국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임시로 EU관세동맹에 잔류하는 기간은 2년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고 그보다 짧을 수도 있다"며 "새로운 조치가 영국뿐만 아니라 EU에도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년을 기준으로 한 것은 2022년 실시 예정인 차기 총선 시기를 염두에 둔 기간으로 보인다.

그러나 EU 측이 이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관세 동맹의 취지에 따르면 비회원 국에는 공통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EU 회원국이 비회원국과 직접 협상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 정부가 EU 시민의 국내 유입 억제를 위해 EU 단일시장과 EU관세동맹 이탈을 감수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했던 만큼 필요한 부분만 취하는 '체리피킹'식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EU가 이탈을 원하는 영국 측에 정산 명목으로 요구하고 있는 이른바 '이혼합의금'에 대해 영국이 지급을 거부하는 상황인 만큼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EU가 요구하는 이혼합의금 규모는 최대 1000억 유로(약 1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르면 EU를 탈퇴하려는 국가가 탈퇴 의사를 공식화한 시점부터 최초 협상 기한이 2년으로 설정된다. 영국이 지난 3월 29일 EU 탈퇴를 공식화한 만큼 일단 1차 협상 기간은 2019년 3월 28일까지 정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