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최강 중국… 분화·규제에도 '질주'

2017-08-20 06:00
'생산·거래·비용' 최적 조건 갖춰
비트코인, 고성능 컴퓨터로 채굴… 세계 채굴장의 70% 중국에 집중
거래금액 80%가 위안화로 환전, 값싼 전기료 채굴비용 대폭 절감
당국, 과열 양상에 투기 규제 속 둘로 분열 뒤에도 4000달러 돌파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무대’로 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중국의 영향력이 돋보이는 분야 중 하나가 ‘비트코인(Bitcoin)’이다. 비트코인은 온라인상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가상화폐다.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없다.

현재 세계에는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과 ‘리플’, ‘라이트코인’ 등 1000종이 넘는 가상화폐가 존재한다. 그중에서 비트코인이 세계 가상화폐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 가상화폐의 대표주자가 비트코인인 셈이다.

중국은 이 비트코인 분야에서 ‘강자’다. 중국은 어떻게 강자가 될 수 있었을까. 먼저, 물량 확보다.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채굴해낸다. 광산에서 금을 캐듯 비트코인을 캐낸다고 해서 채굴(Min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채굴을 위해서는 ‘채굴기’라 불리는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하다. 채굴하는 사람을 마이너(Miner·채굴자)라고 부른다. 현재 전 세계 비트코인의 80% 정도가 중국에서 채굴되고 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비트코인의 특징은 중앙은행과 같은 발급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누구든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상의 암호화된 알고리즘을 해독하면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풀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 컴퓨터 한 대로 5년이 걸려야 풀 수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형 비트코인 채굴장의 70%가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 엔지니어와 기업가들이 세계의 채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채굴장에는 수백 대에서 수천 대의 고성능 컴퓨터가 24시간 가동되며 암호를 해독하고 있다. 빼곡히 들어찬 컴퓨터를 냉각시키기 위해 선풍기와 환풍기가 하루 종일 돌아간다. 비트코인 채굴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대부분은 전력요금이다.

비트코인 채굴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채굴된 비트코인은 인터넷상에서 전 세계 어디서나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블록체인은 모든 비트코인 거래 내역이 기록된 공개 장부다. 모든 정보를 데이터센터 등 중앙서버에 보관하는 인터넷과 달리 거래기록(블록)이 생성되는 순간 모든 참여자가 이를 나눠서 보관하는 구조다.

비트코인을 잘 채굴하려면 컴퓨터가 암호 해독을 잘해야 한다. 암호 해독 성능에 비트코인 채굴의 효용성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채굴업자들이 ‘마이닝풀(Mining Pools)’을 구성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혼자 채굴하는 것보다 여럿이 힘을 합치면 더 많은 가상화폐를 얻을 수 있다.

마이닝풀에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거의 모든 가상화폐를 캘 수 있다. 이렇게 채굴된 가상화폐는 각자 채굴기의 암호 해독 성과에 따라 배분된다. 채굴을 많이 하는 상위 마이닝풀에는 ‘앤트풀’ ‘BTC닷톱’ ‘BTC닷컴’ ‘빅스인’ ‘F2풀’ ‘비아BTC’ 등 중국 채굴업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비트코인의 화폐단위는 BTC다. 비트코인 총 채굴량은 2145년까지 2100만 BTC로 정해져 있다. 비트코인에는 반감기(半減期)가 설정돼 있다. 현재 10분마다 25개의 새 비트코인이 시스템에 추가되지만 21만개가 발행될 때마다 반감돼 10분당 추가되는 비트코인은 12.5개, 6.25개로 줄다가 결국 0으로 수렴된다. 반감 주기는 약 4년이다. 7월 말까지 채굴된 비트코인은 1650만 BTC 정도다. 앞으로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이 400만 개 남짓 남았다는 의미다.

중국이 비트코인 분야에서 강자가 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값싼 전기료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서는 많은 컴퓨터가 필요한 탓에 상당한 전력이 소모된다. 채굴장이 수력발전소와 같이 전력 사용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는 이유다.

중국은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시장이다. 지난 2015년에는 전체 비트코인의 80% 이상이 위안화로 환전됐다. 2016년 중국 3대 가상화폐거래소(훠비·BTC차이나·OK코인)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전 세계 거래량의 95%를 넘었다.

중국 사람들이 이처럼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보유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돈세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절차도 간편하고 송금 수수료도 낮다. 실물화폐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다. 여기에 도박(한탕)을 즐기는 중국인들의 기질도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 당국은 비트코인 영향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올해 초 비트코인 거래를 강력히 단속했다. 비트코인이 새로운 자본유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거래소에서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사들인 후 해외 거래소로 이를 옮기면 곧바로 달러로 환전할 수 있다.

비트코인에 통제의 고삐를 죄던 중국이 지난 6월부터는 거래 규모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인출 재개를 허용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커진 입지와 비트코인을 점차 공식 화폐로 수용하는 세계적인 흐름을 마냥 거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사실상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인정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캐나다도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인정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가격이 동전 뒤집듯 급등락하는 등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화폐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비트코인 강자인 중국 정부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나는 비트코인 거래를 규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최강 비트코인 채굴자로서의 입지를 놓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투기를 잡으면서도 비트코인의 미래 가능성을 버리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했다.

비트코인은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와중에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라는 호주 컴퓨터 공학자의 손에서 탄생했다. 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비트코인은 디지털 세계에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간주된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금을 능가한다.

주요 가상화폐 가격을 종합 집계하는 ‘월드코인인덱스(World Coin Index)’에 따르면 지난 13일 1BTC 가격이 사상 최초로 4000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1월 1000달러를 돌파한 지 7개월 만에 네 배로 폭등한 것이다. 2009년 1월 첫 선을 보일 당시에는 5센트에 불과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를 보이며 실물화폐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은 화폐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다.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이나 활용 범위도 넓다.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드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중국은 ‘짝퉁 퇴치’에 비트코인 거래 기술을 활용하고 ‘세금 징수’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이 지난 8월 1일 둘로 쪼개졌다. 가상화폐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이 세포 분열한 것이다. ‘비트코인캐시(BCC·Bitcoin Cash)’가 새로 탄생했다. 화폐로 치면 신권 발행에 비유할 수 있다. 비트코인 분열을 주도한 것이 중국의 가상화폐거래소와 채굴자들이다. ‘가상화폐 굴기(崛起)’를 위한 중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